"문민정부 세운 민주화 대변자"…전직 대통령 처벌과 외환위기 등 공과 상세보도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계 주요 외신들은 제14대 한국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일제히 서울발 긴급기사로 타전했다.

외신들은 30여 년에 걸친 군정(軍政)에 종지부를 찍은 '문민정부'의 대통령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야권 지도자로서의 정치 역정과 1993∼1998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과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김영삼 한국 전 대통령, 87세 나이로 서거'라는 제목으로 김 전 대통령의 사망소식을 전했다.

NYT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소개하며 1960∼1980년대 군부독재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한 인물이었으며 군부 정권이 아닌 문민정부를 세운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NYT는 미국이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포격하려고 할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했던 일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다 김일성 사망으로 무산된 일도 상세히 설명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이 1979년 자사와의 인터뷰 도중에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했다가 의원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22일 NYT 뉴욕판 지면에도 실릴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소개하며 문민시대라는 정치적 전환기를 열었음에도 1997∼1998년 외환위기로 따가운 비판을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 정부가 금융시장 감시를 소홀히 하고 잠재적인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임 기간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진 점, 임기 전반기의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점 등은 업적으로 평가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 CNN 방송도 연합뉴스를 인용해 김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온건 성향의 야당 지도자이자 민주화 운동의 대변자였다고 보도했다. 또 대통령으로서는 정부 개혁과 정치 부패 척결에 힘썼으나 임기 말기에 외환위기로 부침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워싱턴포스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BBC 방송을 비롯한 유명 외신들이 김 전 대통령의 사망을 비중 있게 전했다.

   
▲ 주요 외신 긴급타전…전세계가 바라본 김영삼은 어땠을까. "문민정부 세운 민주화 대변자"…전직 대통령 처벌과 외환위기 등 공과 상세보도.

각국 통신사들도 발 빠르게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22일 오전 1시 7분(서울시간)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해 '김영삼 전 한국 대통령 서거'라는 짧은 제목으로 첫 기사를 내보냈다.

AP통신은 뒤이어 오전 2시 9분 서울발 기사로 서울대병원의 공식 발표를 인용해 "김영삼 전 한국 대통령이 87세를 일기로 서거했다"는 내용을 긴급기사로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어진 2보에서 김 전 대통령이 수년간 군사독재에 항거해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으며,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은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1994년 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 타격을 구상할 때, 김 전 대통령이 전쟁을 우려해 이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비중있게 소개됐다.

AFP통신은 고인이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대통령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의 (대통령) 당선으로 30년 이상 이어진 군정이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인물로 1980년대 초 2년의 가택연금을 당했던 사실, 대통령 취임 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전임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처벌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로이터통신은 고인이 20대 후반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한 뒤 권위주의 정권 지도자들에 의해 박해를 당하면서도 민주적 개혁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다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으면서도 정치적 경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이르지 못해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패했으며, 이로 인해 비판도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고인의 민주화 운동 이력과 자국과의 인연을 주로 조명했다.

교도통신은 김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재임 중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체포를 명하고 1980년 광주사건(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의 진상 규명을 꾀하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의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김 전 대통령이 역사나 영토를 둘러싸고 일본에 강경한 발언을 많이 했으나 2002년에는 와세다(早稻田)대 특명교수로 취임했다고 전했다.

또 산케이(産經)신문은 김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하나로 서울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 청사가 철거되고 독도에 접안 시설이 건설됐다는 점을 소개했다.

중국 언론들은 고인을 한국에서 반부패 변혁의 바람을 일으킨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중국신문망은 연합뉴스를 인용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과 이력을 조명하면서 그가 대통령 취임 이후 반부패, 청렴을 기치로 변혁의 바람을 일으켰으며 개인의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했다고 전했다.

신문망은 또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았던 군부에 대한 전격적인 개혁을 단행해 비(非) 하나회 출신 김동진과 김도윤을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에 기용했다고 상세히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