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등 功 많은데, IMF위기 등 過 부각돼 안타까워"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거물 정치인이었지만, 이웃들은 그를 마음씨 좋고 소탈한 어른으로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69년부터 터를 잡고 격량의 현대사를 보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 주변 이웃들은 22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저마다 개인적인 인연을 떠올렸다.

상도동 자택으로 들어가는 골목 초입에 자리 잡은 '무궁화 이용원' 주인 함경섭(70) 씨는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운동을 무척 좋아하셔서 그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자택 뒤에 있는 노량진 근린공원을 찾아가면 됐다"고 떠올렸다.

함씨는 "김 전 대통령은 편찮으시기 전까지 매일 아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을 하셨다"면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하고 대화를 나누는 소탈하신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1983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이발소를 운영했다는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머리를 직접 잘라본 적은 없지만, 김 전 대통령의 비서와 경호원들이 자주 이발하러 찾아왔다고 했다.

함씨는 "비서나 경호원들이 이발소에서 대통령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면서 "요즘도 김기수 비서실장 같은 분들은 종종 온다"고 소개했다.

함씨는 1993년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간 뒤 마을 주민을 초청했을 때 대표로 뽑혀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했다.

함씨는 "당시 주민들이 관광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청와대에 갔는데, 우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던 비서와 경호원들이 많이 보여 우리 동네처럼 친숙하고 편했다"고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 [김영삼 서거] 이웃사촌·동네이발소 주인이 지켜본 YS./사진=MBN뉴스 영상캡처

또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옆집에 사는 이상규(72) 씨는 김 전 대통령을 "성품이 온화하셨고 우스갯소리도 잘하시는 격의 없으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상도동에서 60년간 산 토박이라는 이씨 역시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충원에서 중앙대 후문까지 조깅을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몸이 불편해 조깅이 어려워진 이후로는 자택 뒤 공원까지 가셔서 배드민턴을 자주 하셨다"면서 "2년 전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진 운동을 나가면 자주 마주쳤고 인사도 먼저 건네시곤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져 새벽 5시쯤 뉴스를 켰는데,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들려 크게 충격을 받았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운동하던 공원에 올라가 사람들에게 서거 소식을 알리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씨는 "주민들 모두 김 전 대통령이 연세가 있으셔서 언젠간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서거 소식을 들으니 참 애석해했다"고 전했다.

평소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이씨는 이날 아침 조기를 내걸었다. 상도동에는 이씨 집을 포함해 조기를 내 건 집이 3곳 눈에 띄었다.

이씨는 금융실명제 시행, 하나회 척결 등 김 전 대통령의 공(功)이 많은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 과(過)가 많이 부각되는 것 같다며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그런 시기였는데 김 대통령 잘못으로만 비취는 것 같아 아쉽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