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결정 이후 화해무드…YS '대선지지', 朴대통령 '감사전화'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에 따르면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도 2대에 걸쳐 굴곡진 관계를 형성해왔다. 김 전 대통령은 5·16 군사정변 이후 민주화 운동을 벌이며 야당의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왔다.

김 전 대통령은 1963년 군정 연장 반대 집회로 서대문형무소에 23일간 수감됐고, 1969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3선개헌 반대투쟁을 주도하다가 괴한들로부터 초산테러를 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선포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유신 막바지인 1979년에는 신민당 총재 직무집행이 정지된 데 이어 의원직에서 제명을 당했다. 당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일성(一聲)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명언으로 자리잡았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박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을 맺지 않았으나,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후부터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해왔다.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1998년 4월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공식적으로 입문했다.

둘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는 1999년 당시 재임중이던 김대중(DJ)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재평가를 시작한 데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시국성명을 내면서 시작됐다.

김 전 대통령은 시국성명에서 "오늘의 독재자, 김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민주헌정을 중단시킨 박정희씨를 찬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독재자가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YS를 겨냥, "자신이 한 일은 옳고 다른 사람이 한 일은 모두 그르다는 반사회적 성격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정치지도자가 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업적면이나 도덕성면에서나 박 전 대통령이 1등을 차지한 반면, 김 전 대통령은 꼴찌로 나타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다가 김 전 대통령은 2001∼2002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차례 "나는 18년 동안 박 전 대통령과 싸웠고 그는 내게 못할 짓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아버지와 딸은 다르다"고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후 잠잠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김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거리가 멀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경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면서 사실상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2012년 7월 대선을 앞두고도 박 대통령을 상대로 "사자가 아니다. 아주 X푼이다. 사자가 못 돼", "유신시대의 퍼스트레이디로 사실상 유신의 2인자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대통령이 되기에는 결격사유가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도 2대에 걸쳐 굴곡진 관계를 형성해왔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앞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당권을 잡고 있던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출마를 희망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같은 해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뒤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하면서 불편했던 관계는 화해무드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냈고,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한 다음날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김 전 대통령이 참석했고,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당시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낭독하는 동안 김 전 대통령은 두 눈을 감은 채 경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생일 때마다 축하 난을 보내는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다만,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공식석상에서 김 전 대통령을 별도로 만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