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와 함께 한국 정치사 쌍벽…'가신정치' 비판도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가 '상도동계'이다. YS는 지난 1969년 서울 안암동 자택을 팔고 상도동으로 이사한 뒤 무려 46년 넘게 살며 측근들과 함께 이 곳을 민주화 운동의 전진기지, 대권쟁취의 지휘부로 삼았다. 상도동에서 YS와 동고동락한 측근들을 가리켜 정치권에서는 상도동계라고 일컫는다.

상도동계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사의 최대 정치 파벌을 형성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국내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YS 키즈 양성소' 역할을 했다. 하지만 때로는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 '가신정치'라는 비판을 받기도했다.

상도동계 1세대는 '좌(左) 동영-우(右) 형우'으로 불렸던 김동영·최형우 전 의원이다. 동국대 동문인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하며 'YS 대통령 만들기'에 한평생을 바쳤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문민정부 탄생을 2년 앞둔 1991년 암으로 타계했고, 최 전 의원은 문민정부 출범후 집권당 사무총장과 내무장관을 역임하며 '2인자' 역할을 하다 1997년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기 전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져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고(故) 황낙주 전 국회의장,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도 상도동계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김덕룡 전 의원·서석재 전 총무처 장관·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강삼재·박종웅 전 의원 등도 상도동에서 정치 경력을 닦은 정계 인사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숨졌거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수한·박관용 전 의장은 새누리당 고문으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서 전 장관과 신 전 부의장은 각각 지난 2009년과 2012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황 전 의장도 2002년 세상을 떴다.

홍 전 총무수석은 한보사건에 연루돼 지난 1997년 의원직을 상실한 뒤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조용히 지내고 있으며 '원조 왕수석'으로 불렸던 이 전 정무수석도 YS 퇴임이후 정치활동을 중단했다.

김덕룡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특보를 지냈고, 2012년 대선에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상당수 상도동계 인사들과 달리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친야성향 모임인 '국민행동'의 전국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YS 집권시절 40대 집권여당 사무총장에 깜짝 발탈됐던 강삼재 전 의원도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안기부(현 국정원) 자금의 신한국당 총선자금 지원 의혹인 이른바 '안풍 사건'에 연루돼 2003년 정계를 은퇴했다가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은 재판과정에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안풍' 자금을 김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받았다고 진술해 YS계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파문'을 당했다.

강 전 의원은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다시 정계복귀를 시도했으나 공천탈락과 총선 낙선 등 시련을 겪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의령·함안·합천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그해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YS 퇴임 이후 한 때 'YS의 입' 역할을 했던 박종웅 전 의원은 3선 의원을 지낸 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낙천된 뒤 무소속으로 부산 사하을에서 4선에 도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 [김영삼 서거] 생사고락 함께 46년…상도동계의 현주소./사진=연합뉴스

현재 정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도동계 인사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으로, 모두 1984년 김 전 대통령이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합류하면서 상도동계에 이름을 올렸다.

정무비서관과 대통령 제2부속실장을 각각 지내며 '젊은 가신' 역할을 한 새누리당 이병석·정병국 의원이 원내에서 벌써 '중진' 위치에 올랐고, 안경률·이성헌 전 의원 등은 20대 총선에서 여의도 복귀를 노리고 있다.

해외 출장 중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화신이자 저에게는 정치적 대부"라며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대도무문의 삶을 사셨던 대통령님의 뜻을 받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역할이 줄어들었던 상도동계는 지난 2007년 대선을 기점으로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로 나뉘어 더이상 과거의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분열'했다. 김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갈라서 지금은 비박계 좌장으로 분류된다.

반면 서청원 최고위원은 여전히 친박계 맏형으로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내년 총선룰 등을 놓고 김 대표와 첨예한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