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MBC가 이윤재 공정방송노조위원장 부당인사를 지적하는 안팎의 목소리를 여전히 뭉개고 있다. 최근 징계한 직원들을 놓고 언론노조 측의 비판에는 일일이 징계 사유와 근거를 들어 반박하는 성의를 보인 MBC가 유독 이 위원장 인사에 대한 비판에는 입을 닫고 있는 것이다. 그럴 가치가 없다는 뜻인지 할 말이 없어서인지는 우리 같은 사람들로선 알 길이 없다. 하기야 이윤재 위원장 자신도 본인 인사의 영문을 모르고 있는데 누가 알겠나.

인사권이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은 맞다. 노조가 인사에 간섭과 압박을 넣어선 안 되고 외부 시민단체나 정치권력의 부당한 외압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경영진이 인사를 본인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준과 원칙 없이 예쁜 놈 미운 놈 골라 이리 저리 돌리는 인사를 해도 정당하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지금 MBC는 인사권을 사용하는 경영진의 정당성과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이윤재 공정노조위원장에 대한 원칙과 명분 없는 호오(好惡) 인사

MBC와 비교가 안 되는 어떤 작은 조직사회에서라도 직원에게 지시와 명령을 내릴 땐 명분을 갖고 한다. 타당한 근거와 이유로 설명한다. 그런데 지금 MBC 이윤재 위원장 인사에는 그 어떤 명분도 최소한의 성의나 예의도 없다. 본인이나 주변에서 이 위원장이 노보를 작성하면서 경영진을 비판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만 할 뿐이다.

이 위원장 인사에 있어서 명분이 중요한 이유는 MBC가 과연 그동안 원칙적인 경영을 해왔느냐는 점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의 건강한 상생을 원칙으로 삼는 노동조합의 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이런 식으로 원칙 없이 하는 경영진이라면 그동안 MBC 경영은 과연 원칙에 맞게 해왔겠느냐는 의구심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노영방송 기조가 흔들리니 정치파업을 일으켜 회사를 틀어쥐고 흔들던 언론노조라면 적폐를 해소한다는 명분이라도 있다. 그런데 이윤재 위원장의 인사에 어떤 명분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명분도 없고 기준도 없으니 MBC 안팎으로부터 이윤재 위원장 인사가 노조탄압이고 우파무시라는 비판과 의심을 받는 것이다. MBC에 대한 안팎의 원성이 높아가는 현상은 단순한 현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경영진의 특수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파 정권의 능력과 한계로까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매끄럽지 못한 원칙 없는 인사로 모두의 공분을 사는 인사는 결국 경영진의 무능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우파정권 아래에서 구성된 경영진이 호오(好惡)에 의해 인사를 남발하면서 무능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단지 몇몇 경영진 비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파정권 전체가 욕을 먹게 하는 일이다. MBC 내 복수노조와 단협을 통틀어 같이 하겠다는 경영진이 뜬금없이 이윤재 공정노조위원장을 경인지사로 보내는 명분 없는 인사를 했다는 건 개인에 대한 호불호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 MBC가 이윤재 공정방송노조위원장 부당인사를 지적하는 안팎의 목소리를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 최근 징계한 직원들을 놓고 언론노조 측의 비판에는 일일이 징계 사유와 근거를 들어 반박하는 성의를 보인 MBC가 유독 이 위원장 인사에 대한 비판에는 입을 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사진=염합뉴스

MBC 경영진의 무능 인사 방문진이 용납해선 안 된다

MBC가 개인 호불호에 의해 인사를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결국 경영진이 자리를 향유하고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길이다. 필자는 MBC 경영진이 상식과 어긋나는 인사를 하고 자존심 때문에 그런 인사를 바로잡지도 못한다면, 그게 바로 무능의 극치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런 무능한 경영진이라면 전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 유능한 인물들이 어디 한 둘인가.

원칙과 기준, 명분 모두 없는 황당한 인사를 해놓고, 뒤에 보니 노조 활동 방해 행위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다시 서울로 불러들이는 인사. 만일 이런 의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상식적이고 예의도 없는 이번 이윤재 위원장 인사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못 느끼는 경영진이라면 백번 물러나도 당연하다. MBC 경영진은 우파시민사회에서도 MBC를 보는 눈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MBC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도 이윤재 위원장 인사의 경우를 좌시하고 용납해선 안 된다. 경영진이 호오(好惡) 인사로 스스로의 무능을 증명하는데도 무시한다면 이로 인한 여론악화와 그 뒷감당도 방문진이 오롯이 해야 한다. 우파 홀대의 차원이 아니라 경영진의 원칙과 명분 없는 경영은 MBC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고, 그걸 방관한 우파가 책임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방문진 여권 측 이사들은 야권 측 이사들처럼 자기 진영에 이로운 이슈에만 충실해선 곤란하다. 그건 방문진 이사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니고 진영의 이익에만 함몰된 잘못된 행태일 뿐이다. 방문진 이사들은 MBC 경영진이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잘 따져 관리해야 한다. 이윤재 위원장 인사는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권 남용이다. 그것도 이윤재라는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저급한 행태다. 방문진은 경영진의 이 따위 무능한 호오 인사를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