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복지정책 '위험'…그리스·일본의 실패 거울 재정준칙 도입을

지난 20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의 ‘대한민국 구조개혁, 원칙을 세우다’ 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의 개회사로 열린 정책심포지엄은 제 1세션 ‘노동 교육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와 제 2세션 ‘금융 규제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 제 3세션 ‘공공 정치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노동개혁 성공의 필수 조건, 교육개혁의 원칙, 금융개혁의 대상 및 방향, 경제규제의 현실과 그 과제, 공공기관 재정건전성을 중심으로 한 공공개혁 원칙, 정치개혁의 과제와 방안에 관하여 심도 있는 토의를 나눴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하이에크, 미제스,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사상 및 시장경제에 관한 연구와 학술 활동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자유주의 고양과 시장경제 창달을 설립 취지로 하는 학회다. 1999년 설립된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이를 위해 경제학은 물론 철학, 법학, 정치학, 행정학 등 모든 학제를 종합하여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 글은 20일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패널로 나선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건전한 나라살림이 경제를 살린다

공공부문의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과잉 공급되는 경향이 강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공공부문을 통해 집단적으로 지출할 때 더 많이 소비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출은 방만해지기 쉽고, 효율적인 지출보다는 소수의 정치인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대표적인 예가 무상복지 정책들이다. 복지혜택을 받을 필요가 없는 계층까지 정치인들의 선심성 복지정책에 일단 받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공짜라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복지예산은 팽창되기 쉽고 한번 결정된 복지예산은 다시 되돌리기 힘든 속성을 갖는다. 공공부문의 방만한 지출과 과도한 부채가 민간부분의 것보다 위험한 것도 공공부문이 갖는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빨라도 너무 빠른 재정팽창 속도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지출은 매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재정팽창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돈다. 1994년~2005년 동안 정부 재정지출은 연평균 1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GDP 증가율이 8.16%, 처분가능소득증가율이 7.8%임을 고려한다면 정부부문의 지출이 과도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의 재정팽창률은 4.99%였으며, 미국은 5.19%, 독일은 1.90%, 일본은 -0.04% 수준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복지재정의 팽창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4년~2004년 사이 복지분야 재정팽창률은 15.75%로 OECD 평균인 6.16%의 2배 이상 큰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부는 빠른 속도로 ‘큰정부’를 향해 가고 있다. 경제성장률보다 정부재정팽창률이 더 높다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경제는 그만큼 위축되었을 것이다.

   
▲ 현재 우리나라는 그리스보다 더 높은 재정팽창률과 복지재정팽창률을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중앙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은 33.9%로, 2000년 15.9%와 비교해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출과 국가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재정준칙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미디어펜

재정파탄에 빠진 그리스 그리고 일본

방만한 지출로 재정파탄을 경험한 국가의 사례는 많다. 그리스의 높은 재정팽창률과 국가부채 수준은 1981년 출범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정부로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을 확대하고, 보편적 복지를 강화했다. 안드레아스 정권은 한번 잡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그리스의 1994년~2005년 사이 연평균 재정팽창률은 8.87%로 한국, 폴란드, 아일랜드 다음 네 번째로 높았다. 복지재정의 경우 11.97%로 대한민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팽창률을 기록했다. 무리한 재정팽창의 결과로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를 맞는다. 당시 국가부채는 GDP의 120%를 상회했으며, 2014년엔 177%까지 폭증했다.

2009년 그리스의 공공부문의 비중은 50%를 넘어섰는데, 그만큼 민간경제 부분이 위축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때 제조업의 강국이었던 그리스는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재정지출과 부채로 복지수요를 충당하다보니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만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비슷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일본은 과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수단을 활용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총 9차례, 123조 1천억 엔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76조 8천억 엔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10년 일본 정부의 부채 수준은 200%를 넘어서게 된다.

   
▲ 우리나라 정부는 빠른 속도로 ‘큰정부’를 향해 가고 있다. 경제성장률보다 정부재정팽창률이 더 높다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경제는 그만큼 위축된다./사진=연합뉴스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현 수준의 방만한 재정지출과 과도한 부채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리스와 같은 경제위기를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리스보다 더 높은 재정팽창률과 복지재정팽창률을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중앙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은 33.9%로, 2000년 15.9%와 비교해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절대적인 수치는 다른 OECD 국가보다 낮으나, 스페인이 2008년 국가채무 비율이 40.2%였다가 2013년 92.2%로 높아진 것을 볼 때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출과 국가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재정준칙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와 국가부채 수준을 우리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로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 앞으로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복지재정 지출이 더 증가할 요인이 있다. 복지재정 지출범위 또한 국가 재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