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식품업계가 원자재비용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 가운데, 올해 3분기에도 해외 사업이 업체들의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식품사들은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외 사업으로 중심을 옮긴 기업들은 ‘K웨이브’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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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의 한 대형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3분기 실적을 매출 8303억 원, 영업이익 1422억 원으로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3.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법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서 66%로 1%포인트 늘었다.
한국·중국·러시아 지역 매출이 고르게 성장했지만, 영업이익 성장은 해외 법인이 이끌었다. 오리온의 3분기 별도기준 한국 법인 영업이익은 420억 원으로 4.1% 감소했으나, 중국 법인 670억 원(+5.5), 러시아 법인 117억 원(+27.2%) 성장이 실적을 방어했다. 다만 베트남 법인은 3분기 매출 1206억 원(-0.9%), 영업이익 215억 원(-9.6%)으로 부진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신제품 출시와 채널별 영업력 강화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뤘다”면서 “유지류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상승하고 카카오 가격이 고점일 때 체결된 계약 단가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생산량 확대에 따른 공장가동률 개선과 시장비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삼양식품은 3분기에도 두드러지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추정한 삼양식품 3분기 매출은 6005억 원, 영업이익은 1356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8%, 영업이익은 55.3% 늘었다. 주요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있었으나, 단가가 높지 않은 라면 특성상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아시아·유럽 등에서 성장을 이어가며 실적 상승세를 유지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깜짝 특수를 누린 농심도 3분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가 추정한 3분기 농심 매출은 8804억 원, 영업이익은 4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18% 증가했다. ‘케데헌’ 협업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가운데, 주요 시장인 북미 지역의 판가 인상 효과 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심이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내세운 ‘신라면 툼바’ 판매도 순항 중이다. 앞서 농심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했다. 3분기 롯데웰푸드는 매출 1조1297억 원(+4.7%), 영업이익 738억 원(–2.9%)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오뚜기가 매출 9419억 원(+4.2%) 영업이익 604억 원(-5%), 풀무원은 매출 8804억 원(+5.6%), 영업이익 298억 원(-10.5%)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 역시 외형 성장에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쳤다. 해외 매출 비중은 오뚜기 10%, 풀무원 20%, 롯데웰푸드 23%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지만, 식품사업 부진이 이어지며 영업이익이 8.4% 감소(3813억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기존 계약을 통해 구입한 물량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아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특히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4분기부터는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으나, 높은 환율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재고 소진 시점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높을 때 구매했던 물량을 여전히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원가 부담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해외 법인의 경우 환율 변동 영향을 덜 받고 원자재 수급도 용이한 만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이 수익성 면에선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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