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엔 책임 따라…이념 매몰된 반정부 투쟁·갈등 증폭

집회·시위가 갈수록 집단화, 조직화, 폭력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그로 인한 경찰버스 등 공공기물 파손과 경찰들의 인명피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이 입는 피해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우리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불법폭력을 저지른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도록 해야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하되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경찰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에 유감을 표하고 주도자 및 가담자를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등 주요 단체를 비롯해 핵심 주동자와 행위자를 사법처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의지나 노력과는 달리 법·제도적인 측면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불법폭력 행위에 대한 공정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장 돌아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피해 현황과 그에 따른 민·형사상의 사법처리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살펴보고, 불법폭력시위로 공공에 손해를 입힌 주체에 대해서 사후책임을 엄격히 물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25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30호에서 ‘불법폭력시위 주체에 대한 사후책임 강화 방안’ 집회시위문화 개선 제 2차 연속토론회를 열었다. 아래 글은 패널로 나선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자유에 따른 책임, 불법폭력시위도 예외일 수 없다

홀로는 조용한 개인이라도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집단에 들어가면 목소리가 커진다. 집단 내에서는 다른 생각이 틀린 생각으로 치부되고, 어느 새 그 집단의 주장과 행동이 절대선이라 믿는 오류를 일으킨다. 그래서 사회가 집단주의에 매몰될수록 반대편과의 타협점을 좁힐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대한민국의 과격한 집회시위는 이러한 잘못된 집단주의에서 출발한다.

집회시위는 갈수록 대규모로 장기화되고 과격해지고 불법의 길을 걷고 있다. 군중에 숨어 복면으로 자신을 가린 익명성은 집회시위의 폭력화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몇 년의 집회시위를 보면 특정 이익단체나 노동단체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어느 정도 고정세력이 형성된 셈이다. 기업구조조정과 공기업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기업노조・노동단체, 시장개방 반대 등을 외치는 이익단체, 국책사업마다 쫓아다니며 반대운동을 벌이는 환경단체, 이념에 매몰되어 반정부 투쟁을 벌여온 시민단체 등 이들 세력이 대규모 시위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몇 년 전부턴 지역이기주의를 자극해 국책사업을 훼방놓거나 노사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정시위대까지 유행하고 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각종 인터넷 언론이나 포털 카페, SNS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온라인 서명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을 규합하고 있다. 한국도 선진국 수준의 평화로운 집회시위문화를 정착시켜야한다는 여론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

   
▲ 집회시위는 갈수록 대규모로 장기화되고 과격해지고 불법의 길을 걷고 있다. 군중에 숨어 복면으로 자신을 가린 익명성은 집회시위의 폭력화를 부추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집시법 개정을 통한 집회시위문화 개선이냐, 집회시위문화 개선을 통해 법상 집회시위 제약을 최소화하냐의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후자가 바람직하다.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가 우선 정착된 선진국 중엔 오히려 집시시위 규정이 느슨한 곳도 많다. 그렇다면 건전한 집회시위문화를 위해 시급한 건, 집회시위를 공권력 무력화와 법치 조롱의 도구로 이용하는 불법폭력시위대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거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불법을 저지를 자유’까지 누려서는 안 된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외치면서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선 경찰 탓 대통령 탓하며 불법폭력이라는 본질을 흐리려는 수법에 여론도 휘둘려선 안 된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 제대로 묻고 있나?

최근 5년간 다수의 대규모 불법폭력시위가 발생했다. 한미FTA무효화집회, 제주해군기지 건설저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대한문 농성촌, 각종 철탑시위, 밀양 송전탑 반대, 코레일 철도파업, 국정원 시국회의, 전교조 법외노조 반대 등 대한민국은 집회시위로 인해 홍역을 앓았다.

그런데 법원의 집시법 위반자에 대한 판결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5년 간 집시법 위반으로 법원판결을 받은 사람은 1909명인데, 그중 징역형 또는 금고형(자유형) 선고를 받은 이는 4명에 불과하다. 자유형 다음으로 처벌강도가 높은 집행유예 선고율도 2010년 5.2% 2014년 9.9%이다. 대부분 재산형 즉 벌금형 판결이 내려졌고 그 비율은 2010년 51.1% 2014년 62.7%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이 집회시위에 대한 불법과 반칙을 용인-방조하는지도 모른다.

   
▲ <표 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사건 판결 /자료출처: 대법원, 형사공판 1심 기준, 단위는 명.

폭력시위 피해에 대해 경찰이 제기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현황을 보면 다행히 법원이 피해를 인정하고 청구액을 받아들이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총 27건의 손배소 사건 중에서 21건 총 3억6천만 원을 인정했고, 나머지 6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청구한 소송뿐 아니라 회사 측도 피해액을 배상받고 있다. 2009년 쌍용차 공장 점거 사건 때는 경찰이 13억 원, 회사 측이 30억 원 넘는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경찰은 쌍용차 노조원 67명의 임금과 재산을 가압류했다.

불법폭력시위가 낳은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불법폭력시위로 인해 많은 경찰이 부상당하고 경찰버스가 훼손되고 도심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민사소송으로는 피해가 입증가능한 부분까지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로 인한 인근지역의 통행권, 국민들의 휴식권, 주변상점들의 영업권 등에 대한 침해라는 제 3자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 직접 피해 비용 외에도 국가이미지 실추, 국정과제 지연으로 인한 손실도 있다. 이처럼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국민 모두가 분담하고 있다.

   
▲ <표 2> 집회시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직접피해비용은 KDI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2006) 바탕. 한국경제연구원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2008) KDI의 범주에서 국가적 손실을 추가.

 

   
▲ <표 3> 선행연구에서 추산한 사회적 비용

집회시위의 대규모화로 대비 경찰력 규모도 최근 대폭 늘고 있다. 치안공백이 우려스럽다. 2014년도 한 해 동안 대비 경찰력은 주간 2만2천 야간 6천 중대에 이른다. 특히 야간 집회일 경우 급증했는데, 2013년엔 집회당 3중대가 2014년엔 5중대가 대비했다. 문제는 이처럼 집회 대비 경찰력이 늘면 상대적으로 민생치안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2010년 7월~2014년 3월 동안 수사-형사 2만305명, 교통 1만9137명, 지구대 9962명 등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집회 대비 인력으로 동원됐다. 국민들은 과격한 집회시위로 소음피해, 교통체증, 휴식권 침해 등을 참아 왔는데, 우리동네 안전까지 시위대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 <표 4> 최근 5년간 집회시위 대비 경찰력. /자료출처: 경찰청. 연말 기준으로 작성.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자!

2005년 말 뉴욕시 교통공사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이자 뉴욕시 법원은 하루 100만달러씩 벌과금을 부과했고, 뉴욕의 백화점과 상인협회는 "파업으로 10억 달러(약 1조1700억 원) 손해를 봤다"며 노조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노조가 사흘도 못 돼 백기(白旗)를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2008년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과 함께 광우병촛불시위로 막대한 영업피해를 입은 광화문일대 피해상인들이 시위대를 상대로 하는 손배소를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 판결을 받았다. 시위와 영업손실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법상으로 직접 피해를 입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목소리로 불법폭력시위대에 엄중한 경고장을 보내야 한다. 법원은 법치를 조롱하는 시위대에 법대로 제대로 집행해야 한다. 정치인도 바뀌어야 한다. 집회시위 현장에 기웃거리며 시위대를 부추길게 아니라 법치 훼손 세력을 비판해야 하고, 집회시위 자유의 무한 확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집회시위 자유와 타인의 기본권 침해를 법익의 비교형량으로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벌금형은 1989년 개정 당시 정한 기준으로써 그 동안 화폐가치 감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높다.

‘불법폭력시위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불법폭력시위로 인해 얻는 효용과 이익’을 훨씬 초과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 작은 갈등과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불법의 해방구’는 끊이질 않을 거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불법폭력시위도 예외일 수 없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