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정년퇴직자 반발 등 현장 ‘들썩’

[미디어펜=김태우기자]현대차 지부장선거가 27일 2차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강성과 실리로 의견이 압축되며 올 해 임단협의 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상 최초로 임단협을 차기 집행부로 넘겨진 상황에서 두 후보들이 연내 타결을 공통된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최대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4일 치러진 현대자동차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 성향의 박유기 후보(금속연대)와 실리 성향의 홍성봉 후보(현장노동자회)가 결선에 올라 27일 2차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를 확정할 예정이다./미디어펜DB

■1차 투표 판세 분석…표 분산현상, 도덕성 문제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4일 치러진 현대자동차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 성향의 박유기 후보(금속연대)와 실리 성향의 홍성봉 후보(현장노동자회)가 결선에 올라 27일 2차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1차 투표 결과 1,2,3위 후보가 30%대 득표를 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선거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하부영 후보(들불)는 초반 돌풍의 여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근소한 차이로 탈락했다.

지역 노동전문가는 강성 후보간 표 분산현상이 판세에 영향을 미쳐 강성 후보 중 한명인 하 후보가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취업사기 연루설 등 도덕성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불과 수백 표의 초접전 결과를 감안할 때 만일 도덕성 논란이 없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분석을 내렸다.

한 노동전문가는 “최근 노동계 도덕성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노동계 대표격인 현대차지부장에 대해서도 고도의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향후에도 도덕적 결함이 없는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대차 현장여론, ‘임단협 연내 타결’ 최대 관심
현대차 노사는 사상 최초로 올해 임단협 단체교섭을 차기 집행부로 넘겼다.

이에 이번 지부장선거는 모든 후보가 ‘임단협 연내 타결’을 공통된 선거 공약으로 내걸 만큼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이는 각 후보가 연내 타결을 갈구하는 현대차 현장여론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올해 임단협 미타결 시 우려되는 엄청난 세금폭탄과 함께 올해 정년퇴직자는 임금인상분과 성과금 등이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연내 타결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성의 박유기 후보는 과거 지부장 경험과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으로 볼 수 있지만 집행부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 시간적 부담과 이미 잠정합의한 주간연속2교대 8+8 시행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도 연내 타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표소송에서 노조가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쟁취를 공약으로 내세워 회사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연내 타결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한 과거 집행시절 발생한 노조 선물비리 손해비용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점도 조합원 반감정서에 일조하고 있다.

반면 실리의 홍성봉 후보는 새로운 집행부 구성이 필요 없으며 집행의 연속성 때문에 연내 타결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당선 후 연내 타결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 비난은 물론 조직의 존립 타격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내 타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임단협 연내 타결 문제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책임론에 큰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역민, 지역 노사관계 향방 좌우하기에 관심 집중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 울산시민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지역노동계에 절대적인 위치에 서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집행부 성향은 지역 노동계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민주노총 폭력집회 등 정치성향의 투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정치투쟁에 현대차노조가 참여하느냐 불참하느냐에 따라 지역 노사관계에 닥칠 파급효과가 차이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경훈 집행부가 집권하는 동안 현대차노조는 정치파업에 소극적이었으며 홍성봉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이러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금속노조위원장까지 지냈던 박유기 후보가 지부장에 오르면 그간의 전력을 감안할 때 정치파업 참여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2006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시절에도 비정규직법과 민노총 총파업 등 정치파업을 벌인 바 있다.

지역 노사전문가들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지역 주력기업들이 임금협상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 부활을 위해서는 지역 노동계의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