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여년 이상 북한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영화 ‘임꺽정’ 방영이 지난 7월 돌연 중단된 사실이 26일 뒤늦게 알려졌다.

전체 5부작으로 제작된 임꺽정 영화는 조선중앙TV를 통해 수없이 반복 상영되면서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특히 영화 주제곡은 큰 인기를 끌면서 남녀노소할 것 없이 흥얼거리거나 노래 솜씨를 뽐내는 장소에서 단골 소재이다.

이렇게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영화 방영을 돌연 중단시킨 것은 노래 가사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 임꺽정 방영 중단을 알려온 대북소식통은 “영화 주제곡 가사 중에 ‘만민이 평등한 사회를 세우자’ ‘마음 어진 백성들이 어이해서 칼을 들었나’라는 대목이 있다”며 “김정은 정권 들어 수십년째 방영되던 영화가 사라진 것은 김정은 정권이 민심의 동요를 두려워하는 방증이 된다”고 말했다.

영화 주제곡 가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사무친 원한, 장부답게 풀어가자’ ‘빼앗긴 부모 형제, 어떻게 참겠는가’ 등이 나온다. 또 여성들은 가사 중 ‘그대 힘을 호랑이에게 비기겠는가’라는 대목이 있는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영화 주제곡이 인기를 끌면서 북한에서도 남한처럼 노래만 따로 녹음된 CD가 장마당에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 김정은 정권 들어 20여년 이상 북한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영화 ‘임꺽정’ 방영이 지난 7월 돌연 중단된 사실이 26일 뒤늦게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북한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끌던 영화 방영을 중단시킨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리더십을 반영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외향적 성격으로 대담성을 과시하지만 간부들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 등을 볼 때 조정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은 독단적인 성격을 갖췄지만 불안정한 리더십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영화 임꺽정의 방영 중단은 혹시라도 민중봉기가 일어날까 두려워하는 자신감 부족에서 기인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6일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의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실장은 자료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 한마디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독단’과 ‘무오류성’에 빠져 정책난맥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이런 진단을 내린 배경으로 김정은이 지난해 공식 발언한 ‘내가 벽을 문이라 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함’이라든지 ‘내가 하나를 하라고 하면 열을 하고 싶어도 하나만 할 것’ 등을 소개했다.

이 수석은 또한 이번 발표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앞장서서 보급해 온 일도 밝혔다.

황병서는 올해 2월 한 보고회에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지시에는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한마디 대답밖에 모르며 시계의 초침과 같이 가장 정확하게 즉시 집행하고 즉시 보고하는 기풍이 넘쳐나야 한다”고 말한 뒤 ‘알았습니다’ 노래를 보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입수한 ‘알았습니다’의 노래 가사는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면서 ‘알았습니다’라는 노랫말을 4차례 반복한다.

‘수령님 위하여 당을 위하여 충성의 대답소리 높이 울려라 알았습니다”로 시작했다가 ’수령님 위하여 당을 위하여 우리는 대답한다 오직 한마디 ‘알았습니다’”는 후렴구를 3회 반복하는 형식이다.

또 노래 가사에는 ‘명령받은 병사의 대답 속에는 조국의 운명도 놓여 있다’, ‘높은 산 벼랑길도 넘어야 하고 포연탄우 불 속도 헤쳐야 하네’, ‘일당백 초소마다에 높이 울리는 충성의 대답 영원하리라’ 등 군과 관련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김정은 정권 들어 장성택의 처형과 최룡해의 실각 이후 ‘2인자’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황병서의 충성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권력 엘리트에 대한 공포통치로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데 일시적이나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