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조세형평성 엇박자…"비용한도·기간제한 없어"

[미디어펜=김태우기자]세금탈루의 수단으로 문제가 된 수억 원대 ‘무늬만 회사차’와 관련해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못 하고 있어 퇴짜를 맞았다.

내용이 복잡하고 세제 혜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다.

   
▲ 모 그룹 총수가 법인명의로 구입해 논란이 됐던 메르세데스-벤츠 SLR 스탈링 모스(Mercedes-Benz SLR Stirling Moss)/메르세데스-벤츠

27일 관련업계에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차량에 대한 비용처리 한도를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기재위는 기재부의 수정안이 세금탈루와 조세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정안은 지난 9월 마련한 기존법안보다 임직원전용보험과 운행일지 작성 등을 골자로 강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도 구입비용과 임차비용에 상한선이 없어 결국 기간만 늘렸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간 늘렸을 뿐, 경비처리·세재해택 ‘똑같다’
이같이 업무용차량과 관련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판매된 2억 원 이상의 차량 10대중 9대가 법인 업무용차량으로 등록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업무용으로 수억원대 수퍼카의 실효성과 사업자들의 세금을 탈루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가 논란이 되면서 부터다.

여론이 거세지자 기재부가 마지못해 제출한 것이 지난 9월에 내놓은 개정안 이었다. 하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단 지적이 잇따르자 개정안의 수정안을 제출했고 이마저도 기재위는 재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세법상 업무용차 구입비는 매년 총 취득가액의 20%씩 총 5년 동안 경비 산입을 허용하고 있다. 즉 차량의 금액에 상관없이 5년 동안 찻값의 전액을 경비처리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의 수정안은 이 기한을 자체를 없앴고 차량 구입비에 대해 비용인정 한도 설정 하지 않았다. 단 매년 1000만원까지만 경비산입을 허용하고 산입하지 못한 잔액을 매년 이월시키도록 했다.

기한 자체가 없이 꾸준히 경비산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전액 경비로 인정해 주던 기존 세법과 동일하다.

현행 세법과 수정안의 차이는 경비처리와 세제혜택을 받는 기간이 5년에서 무기간으로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 또 차량가격을 2억 원으로 가정했을 때 현행세법에서 세금감면은 매년 1672만원씩 5년간 총 8360만원을 받을 수 있던 것을 기간이 연장된 상태에서 똑같은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운행일지 작성'이 유일한 규제수단…허위기재 쉽고 적발 어려워
유일한 규제수단인 운행일지는 업무용차의 사적사용방지를 위함이지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힘든 수억 원대의 업무용차에 과도한 세제해택까지 제공되는 조세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운행일지를 통한 과세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사업주가 허위로 작정한 것을 과세당국이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특히, 과세당국이 수백만 대에 달하는 업무용차의 운행일지를 일일이 뒤져 허위기재를 적발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행정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또한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무용차의 업무상 사용과 개인적 사용의 구분이 모호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의 경우 출퇴근까지 업무로 간주해 운행일지 허위기재가 매우 쉽다는 맹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운행일지를 매일 기록하지 않고 주1회 또는 월1회 기록해도 인정해주는 ‘간편차량이용명세’나 ‘표준차계부’와 같은 운행일지 기재 간소화 방안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규제수단마저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주고 있는 샘이다.

■구입비 1대당 3000만원, 유지비 연간 600만원 한도설정이 적절
정치권을 비롯한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에서는 무늬만 회사차의 소세형평성 훼손과 개인적인 사용에 따름 세금탈루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선 업무용차량의 구입비용과 유지비에 대한 비용인정 한도가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정금액을 한도로 비용처리를 제한하면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소득·법인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애초 취지대로 업무용으로 적합한 차량을 보호하는 동시에 업무용으로 부적합한 고가차량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7~11월부터 발의된 5개의 업무용차 관련 국회의원 입법안들은 별도 예외 규정 없이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3000만~4000만원까지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동철·윤호중 의원은 구입비에 대해 3000만원까지,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4000만원까지,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구입비와 유지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허용하는 소득·법인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고급차 구분기준이 대체적으로 3000만원으로 인식되고 캐나다 세법과 주요 국회의원들의 입법안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 3000만원이하 차량이 사적 과시 욕구가 배제된 순수한 업무용차로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발의가 이뤄진 것이다.

유지비의 경우 업무용차로 적합하다고 본 3000만원짜리 차량의 평균 연간 유지비가를 추정해 보면 유류비와 수리비, 보험료 등의 연간 유지비용은 약 6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관계자는 “업무용 차량이 일반인 들이 사용하는 차량의 평균이상의 차량일 이유가 없다”며 “품위유지의 목적으로 고가의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현재 상황에서일반인 납세자 입장에서 이번 기재부의 수정안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