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10달러짜리 주식을 38달러에 상장하고 먹퇴
지금까지 밝혀진 페이스북의 주식 공개 과정을 살펴 보면, ‘아, 이런 식으로 IPO를 해서 막대한 돈을 챙기는구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 대한 기대감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한껏 고조시킨 상태에서 최초 공개 주가에 대해서는 철저히 신비주의 태도를 취했다. 자신들은 적정 주가가 불과 10달러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도 소액투자자들에게는 안개를 피우고 큰 손들에게만 은밀하게 알렸다는 것이다. 아마 그건 그 바닥의 관행일 것이다.

주가를 높게 산정한 것은 뻔하다. 상당히 높은 값을 매겨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거라는 소액투자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의 오랜 경험이라고나 할까. 투자 관계자들의 실적 과시욕, 저커버거의 묵인 혹은 욕심, 모건 스탠리의 명성 유지 등이 얽혀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기업과 금융기관들 사이에 팽배한 탐욕과 상업주의가 깔려 있을 것이다.

CBS의 보도에 따르면 한 은퇴 투자전문가조차 공개 주가가 높게 산정된 것 같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것을 페이스북의 투자담당자들이 노린 것)으로 38달러 이상을 주고 샀다는 것이다. 그는 주가가 즉시 추락하자 그때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32달러선에 팔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투자관계자는 주식 공개 직전에 입수한 ‘적정 주가 10 달러’의 조사 보고서도 무시하고, 첫 공개 주식을 산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차익을 볼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말 ‘지독하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자기 주식을 사겠다고 오랫동안 긴 줄을 참고 기다린 사람들의 얼굴에다가 겨울철에 찬물을 끼얹듯 한방을 먹인 꼴이다.

미국의 주식 투자 시장이 이렇게 철저하게 병이 들었는가 하고 정말 놀라기 그지 없다. 이들은 포커 게이머들이지 투자 전문가들이 아니지 않은가 라는 느낌이다. 28살밖에 되지 않은 저커버거가 벌써 저렇게도 영악해진 것인가 하고 의아하기도 하나 월가의 꾼들이 집요하게 부추기면 웬만해서는 그 유혹을 벗어 던지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은 일종의 마음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MS, 애플, 구글, 아마존, 삼성, 야후,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컴퓨터, 휴대폰, 책, 음악, 앱, 정보 등을 중개하고 제작하는 모델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물건이든 콘텐츠든 중간에 뭔가가 있다. 이에 비해 페이스북은 가까운 친구들을 연결하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 유대감, 우정, 동질성 등 마음이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이다.

페이스북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트위터가 있고, 야후와 네이버같은 포털이 원조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로서는 가장 진화된 형태이고 사람들의 마음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토록 짧은 시기에 세계에 퍼진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람들과의 순수한 만남이 이루어내는 ‘사이버 문화’로 발전되기 직전에 와 있었던 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장애가 있지만 천재 청년이 이를 잘 극복해내리라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페이스북이 월가의 ‘꾼들’과 동아리가 되어 IPO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고 저커버거가 개장 첫날에 자신의 주식을 3천만주나 팔아치우고 현재로서는 최고가에 천문학적 이익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무릇 그 어떤 상품과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배신감을 느끼게하는 순간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하물며 사람들의 마음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기업이 탐욕과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비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실 페이스북은 현재로서는 옛 친구를 찾아주고 연결한다는 것 외에 뚜렷한 메리트가 없다. 앞서 말한 대로 페이스북에는 사람을 연결하는 유대감 외에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이나 음악, 앱, 상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페이스북은 플랫폼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와 비슷해서 이대로라면 시간이 갈수록 방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시급한 것은 ‘탐욕스런 이기주의’로 인해 훼손된 이미지를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그 다음은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 기존 미디어 강자들의 핵심 모델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검색을 한다거나 해서는 기존의 강자에게 이길 수 없다. 먼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페이스북이 가장 잘하는 것이 ‘사람들의 연결’이라는 이 부분을 더욱 다듬고 이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을 감탄시켜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과 수익력을 확보하고 난 뒤에 점차 다른 영역을 확장해가야 한다. MS, 구글, 애플, 아마존이 다 이런 길을 걸어왔다. 한때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줬던 기업들도 자신들이 이미 확보한 핵심 영역을 제대로 관리하고 혁신하지 못하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

지금은 미디어 세분화 시대이기 때문에 섣부른 다각화는 몰락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자기만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실히 다져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통신사와 포털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아마존과 구글, 신생기업인 카톡에게도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