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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대통령들을 꼭 국립묘지 '명당'에 모셔야만 하나?
미국 대통령 대부분 고향 원해…반대 아니지만 왠지 불편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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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5-11-27 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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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태영 언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11월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국가장으로 치러진 장례였던 만큼 최고의 예우로 치러졌다. 묫자리의 선정은 풍수(風水)에 밝은 대학교수가 했다. 이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묫자리도 잡아준 분이라 한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YS와 DJ 묘소 자리는 각각 봉황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이며 두 사람의 묘소는 봉황이 날개 안에 품고 있는 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YS와 DJ의 묘는 우주와 지구의 좋은 기(氣)가 응축된 대명혈(大明穴)로 이 곳에 안장된 사람과 후손들의 혼이 맑아져 하는 일이 잘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일반인들이야 ‘봉황’도 ‘기’도 ‘대명혈’도 본 적이 없지만 대충 명당(明堂)이라는 이야기 되겠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에게 무덤은 죽은 자가 영원히 살아가는 집이다. 그래서 ‘유택(幽宅)’이라고도 했다. 무덤을 명당에 만들려는 이유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뒤에도 저 세상에서 좋은 자리에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어야 후손들에게 좋은 기를 불어넣고 복을 내린다는 생각을 가진 때문이었다.

좋은 자리로 꼽히는 장소는 대개는 좌청룡우백호(左靑龍右白虎),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다. 즉 좌우에 산맥이 흐르고, 뒤에는 산에 있고 앞에는 강물이 흐르는 평탄한 지형이다. 이런 곳을 두고 금계포란(金鷄抱卵), 즉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듯한 형상과 같은 지형이라고 한다.

명당 묫자리에는 이러한 외부적인 조건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인이 머물게 될 땅 속의 집이 재난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이를 두고 6염(炎)을 당해서는 안된다고도 한다. 수염(수염), 목염(木炎), 화염(火炎), 풍염(風炎), 충염(蟲炎), 사염(巳炎), 즉 땅 속에 묻힌 시신이 지하수에 썩거나, 나무 뿌리에 감기거나, 까맣게 타들어가듯 변색되거나, 지층변동 등으로 흩어져서는 안되며, 또 시신에 벌레나 뱀이 꼬여도 안된다는 말이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엄수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의 안장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번에 묻힌 서울 동작동(銅雀洞) 국립묘지도 좌우로 산맥이 흐르는 지형이며, 멀리 뒤에는 관악산이 우둑 솟아있고 앞에는 한강이 흐른다. 풍수적으로 본다면 좌청룡 우백호에 배산임수의 명당 중의 명당이라 할 것이다. 동작동이라는 지명은 글자대로 푼다면 구리로 만든 참새이다. 그러니 금계포란, 아니 동작포란의 명당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위성사진으로 보아도 서울의 거의 한복판에 위치한 넓은 숲속에 높직이 자리한 터이므로 땅 속에 물이 차거나 벌레가 꼬일 가능성도 거의 없을 듯 하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의 묫자리를 파는 데 하필 동그란 돌이 일곱 개가 나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봉황알이라고 한다. 신비롭기 그지 없는 이야기이다. 묫자리에 살던 상상 속의 동작이 품고 있는 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묫자리를 골라준 지관 말대로 “후손들의 혼이 맑아져 하는 일이 잘 풀릴 수 있게 만드는 터”라 할 것이다. 풍수에 대한 약간의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장소가 바로 동작동 국립묘지일 것이다. 후손들의 혼이 맑아진다는데 어느 누가 부러워하지 않을까?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이나 후손들의 혼이 맑은지는 잘 모르겠다. 소통령 사건이나 홍삼트리오 사건 등 각각 부친에 누를 끼친 일들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건들은 묫자리를 잡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니 명당을 잡은 다음부터는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그뿐이긴 하다.

또 돌아가신 분들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권력자인 대통령들이다. 옛날로 치면 임금님들이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고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나라! 모든 국민들은 임금님을 부모처럼 공경해야 하는 법. 대통령이 좋은 명당을 쓰셨으니 자식된 국민들의 혼이 앞으로 맑아지고 하는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풍수적인 생각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생풍수(自生風水)의 대가인 최창조 선생은 한국인들의 풍수에 대한 관념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풍경이 좋고 경관이 좋은 곳은 풍수적으로는 매우 좋지 않은 장소라는 것이 최 선생의 주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그런 곳에는 거의 빠짐없이 사찰을 지어놓았다는 것. 옛날 사찰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이는 물난리나 산사태가 나서 주민들이 곤경에 처하면 사찰에 머무는 사람들이 긴급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는 것이다. 최 선생은 이러한 사찰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땅의 기운을 도와주는 비보사찰(裨補寺刹)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묫자리를 후손들의 발복과 연관시켜 고르고 비싼 가격에 사고 파는 행위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흔하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엄수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25일 발견된 커다란 알 모양의 돌덩이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복을 비는 풍수적인 생각에 반대하는 듯 하다. 최근에 온라인 상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화장(火葬) 당부 몇 년 전 발언도 새삼 화제가 되었다. 그 중 일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신라시대부터 왕들의 묘소가 얼마나 명당인가? 그러면 지금쯤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은 안 해도 2등 가는 나라가 돼야 하는데...나라가 어렵고 살기가 어렵다. 지금도 공부하고 배운 사람도 땅 때문에 미리부터 몰래 유명한 사람한테 이야기해서 땅을 사고 한다...어려운 사람들이 산소를 잘 써서 팔자를 고치려고 하는 사상이 있더라. 그런 사상이 확대되어 가면 아주 불건전하고 좋지 않다. 절대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산소를 잘 써봐야 그거는 절대 돈만 들어가지 헛고생 하는 거다... 화장하면 소독도 되고 병도 안 옮기고 좋다. 정 자식들이 섭섭하다고 하면 납골당에 가면 된다. 그리고 정말 어려우면 물에 뿌려도 되고...나무 있는데 가서 비료로 뿌리든지...깨끗하게 화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깨끗해진다.“

군인 출신 대통령답게 실증주의적인 직관이 돋보이는 견해라 할 수도 있겠다.

지관들은 화장을 해서 산골을 하면 조상의 음덕을 받을 것도 없고 묫자리를 잘못 쓴 데에 따른 손해를 볼 것도 없으므로 본인의 실력대로 살게 된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얼마나 대단한 묫자리를 썼을까?
미국의 경우 전몰장병이 안장되는 곳은 워싱턴DC의 알링턴 국립묘지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군 총사령관이므로 당연히 이곳에 매장될 자격이 주어진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알링턴 국립묘지에 매장된 사람은 단 둘. 그 중 하나가 바로 1963년 11월22일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알링턴 국립묘지 매장과 관련해서는 그가 암살당하기 전에 “여기에 묻혔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묻힐 묫자리를 직접 골랐다는 신비스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야기의 진상은 이렇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케네디 가문에서는 고향인 보스턴에 매장할 뜻을 밝혔다. 그런데 케네디의 측근들이 미망인인 재클린 여사에게 묻자 “그 분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He belongs to the people)”고 답했다. 측근들은 모든 미국 국민이 묘지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연방정부가 소유한 땅인 국립묘지에 매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국립묘지 내에서 구체적인 묫자리는 우리나라처럼 지관이 한 것이 아니라 부인인 재클린 여사와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당시 법무장관이 결정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케네디 대통령이 그 해 3월 3일 방문했던 곳이었다. 국립묘지 일부 시설 건설 현장에 들렀던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의 묫자리가 된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자리에서 바라보는 워싱턴DC의 경치가 정말 황홀할 지경이야. 영원히 머물고 싶어지는군.”

미국 대부분 대통령들은 고향에 묻히기를 희망한다. 고향에 대통령 기념관을 세우므로 자연스럽게 그 기념관에 묫자리를 쓰고 비석도 세운다.

   
▲ 2013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우 고향 땅에 묻힌 대통령은 윤보선,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 선영에 매장됐다. 명문 가문에서 배출한 대통령인만큼 장엄하고 넓직한 묘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언에 따라 화장을 했다. 그리고 고향 마을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묻혔다. 그의 유언 마지막 두 문장은 다음과 같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그런데 현재는 아주 커다랗고 묵직한 돌비석이 있고 그 주변 약 1천평 가량이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되어 있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한 고인(故人)이 과연 원했던 모습일지는 의문이다.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주 옛날에는 사람들의 무덤이 다 똑같거나 공동매장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평등과 사회적 억압이 나타나면서 무덤들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메르의 경우 기원 전 4천 년쯤부터 귀족들의 무덤에는 방대한 부장품들이 들어가고 위치도 묘역의 정중앙에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면에 아무런 부장품이 없는 작고 단순한 무덤들은 보통 공동묘지의 가장자리 부근에서 아주 많이 발견된다는 것. 권력자일수록 점차 묘역도 넓어지고 비석도 커진다.

전직 대통령들이 돌아가신 다음에 모두 국립묘지 안에 있는 '명당'들을 골라서 매장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사후에 각자 고향 땅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만들어놓은 묘소에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안식을 누리는 모습도 한번 상상해 본다. 이 또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편안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우태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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