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사회서 공식 선언…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 채우기로
해킹 사태 진화도… 피해지역부터 유심 무상 교체 순차 시행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결국 연임을 포기하고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는 채우기로 했다. 최근 무단 소액결제 사고로 책임론이 커지자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KT는 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해킹사태와 관련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KT는 이날 김 대표가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달 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버 침해 및 무단 소액결제 사고에 대해 거듭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대표는 "합리적인 수준의 책임을 지겠다"며 "당장의 사퇴가 아닌 경영 총체적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로, 당초 주가 상승 및 실적 개선, 구조 조정 등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소액결제 사태 책임론과 더불어 사퇴 요구가 빗발치면서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김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이사회는 이날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 논의를 시작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위원회는 연내 대표이사 후보 1인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KT 사외이사 전원(8인)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주주)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공개 모집은 오는 5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KT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표 후보군은 10여 명 안팎으로 관측된다. 

내부에서는 윤경림 전 KT 대표 후보(전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구현모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외부에서는 박태웅 전 KTH 부사장(현 녹서포럼 의장),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거론된다.

이 가운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은 30년 이상 KT에 몸담은 바 있다. 기업사업부문장과 미래사업개발그룹장 등을 역임하며 B2B 사업 기반을 구축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구현모 전 대표와 CEO 경합까지 올랐으며 지난해 CEO 공모에서도 최종 3인에 포함됐다.

박태웅 전 KTH 부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AI 책사'로 언급된 인물로, 이번 정부 초대 AI 정책수석으로 유력하게 언급된 바도 있다. 현재 민주연구원 모두의Q 대표를 맡고 있으며 안철수연구소 경영지원실 실장, 엠파스 부사장, KTH 부사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쳤다.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는 모바일·클라우드 보안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모바일 보안 사업을 선진국들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 전 가입자 대상 무상 유심 교체 시행… 위약금 면제 여부는 '아직'

   
▲ KT 주요 경영진들이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네트워크부문장 서창석 부사장, 김영섭 대표, Customer부문장 이현석 부사장./사진=KT 제공


이사회는 이날 전 고객 대상 유심 무료 교체 여부도 안건으로 다뤘다.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피해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조치에 이은 추가적인 고객 보호 대책으로, 통신서비스 전반의 신뢰 회복과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KT는 오는 5일 오전 9시부터 KT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들을 KT닷컴 또는 유심교체 전담센터를 통해 예약 후 전국 KT 대리점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오는 11일부터는 택배 배송을 통한 셀프 개통 서비스도 운영한다.

시행 초기 신청이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해, 피해 발생 지역(광명·금천 등)을 우선 대상으로 교체를 진행하고 이후 수도권 및 전국으로 단계적 확대할 예정이다. △5일부터 서울 8개구, 경기 9개시, 인천 전 지역 △19일부터 수도권 및 강원 전 지역 △다음달 3일부터는 전국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가 이뤄진다.

또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유심 무상 교체가 적용되며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각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추후 안내될 예정이다.

KT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네트워크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전반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근본적인 보안체계 개선과 서비스 안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는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KT는 민관 합동 조사 결과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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