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가 올해 사상 최초 18조 원을 돌파했다. 플랫폼 기술 중심의 기술이전이 주도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는 4년 전 최고 실적인 2021년 13조8000억 원을 31% 상회하며 10년 전 대비 약 800배 성장한 수치로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신뢰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 |
 |
|
| ▲ ./사진=PxHere |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누적규모는 18조1110억 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 2017년 220억 원에서 시작한 기술수출이 8년간 8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이는 2021년의 종전 최고기록을 큰 폭으로 갱신한 수치다. 업계는 연말까지 기술수출액이 20조 원을 돌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바이오가 글로벌 기술 판매자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수립했음을 보여준다. 올해 총 16건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으며 건당 평균 계약규모는 1조2226억 원으로 집계돼 규모로도 4년 전인 4658억 원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플랫폼 기술 기반 계약이 전체 기술수출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개별 신약 물질 중심의 과거 구조에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위험도가 낮고 수익이 높은' 플랫폼 기술로의 본격적인 사업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기술수출 성과를 주도한 것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먼저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투과 플랫폼 '그랩바디-B'로 올해만 약 8조 원의 기술수출을 달성해 국내 기업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4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1월 12일에는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최대 3조8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특히 주목할 점은 릴리가 단순한 기술이전 계약에 그치지 않고 220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까지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텍에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한 사례 중 처음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선도하는 릴리와 그랩바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전략적 지분 투자까지 유치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전 세계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테오젠도 피하주사 제형 플랫폼 'ALT-B4'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해당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글로벌 매출 1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가 지난 9월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획득하면서 약 350억 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유럽집행위원회(EC)의 승인까지 획득하면서 글로벌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향후 다른 지역의 승인 확대와 판매 실적 증대에 따른 추가 마일스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알테오젠의 미국 파트너사 MSD가 키트루다의 30~40% 가량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돼 알테오젠의 마일스톤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인 콘쥬올으로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1조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해 누적 기술 수출액을 10조 원을 넘겼다.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지난해 얀센과 암젠과 각각 2조2000억 원, 1조600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을 사로잡은 핵심 이유로 확장성과 효율성을 꼽는다. 단일 신약 물질의 기술수출과 달리 다양한 질환과 다수의 제약사에 동일한 기술을 반복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들의 개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