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활성화 긍정 신호탄…기업부담 가중 비판 목소리도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발효로 인한 피해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해 총 1조원을 상생기금으로 조성키로 한 가운데 그 실효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어민 지원 상생기금은 민간기업을 비롯해 농협·수협, 공기업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자발적 기금 조성이 연간 목표에 못 미칠 경우에는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 상생기금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관리·운영하며, 농어촌 자녀 장학사업·의료 및 문화 지원·주거생활 개선·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농어민 지원 상생기금에 대한 자발적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참여기업에 세액공제,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 비준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진에 빠진 우리 수출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울산 현대자동차 선적부두에서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미디어펜 자료사진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 등 재계는 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지난달 18일부터 활동에 들어가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이후 주요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있는 만큼, 한중 FTA 발효가 우리 경제계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자유무역협정 민간대책위원회(FTA민간위)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민간기업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FTA민간위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4단체와 은행연합회 등 총 40여개 단체·기관으로 구성된 민간 FTA 대책기구다.

이들은 농어민 상생기금이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국내소비 활성화, 취약한 농어업 부문 경쟁력 제고, 새로운 수출상품 육성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생기금 조성에 난색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현 시점에서 한중 FTA로 인한 이득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미지수'이며, 기부금이 사실상 또 다른 세금의 성격을 띄고 있어 그 적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게 되면 또다시 불특정 피해 농어민을 위한 기금을 추가로 조성해야 하느냐며 정치권의 이번 합의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중 FTA를 통해 혜택을 받는 기업이나 업종이 구체화된 이후에 직접적인 수혜 주체가 그만큼 역할에 따라 상생기금 부담을 하는 낫지 않겠냐"며 이는 고스란히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중 FTA에 따른 피해 농어민 지원은 정부가 재정지출 등을 통해 떠안아야 할 사안이지 기업에 떠넘길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예산 배정을 통해 피해 농어민을 지원할 수는 있으나 FTA 수혜를 전제로 불특정 기업에 상생기금을 출연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중 FTA를 통해) 기업 이익이 확대된다면 세금 납부액도 자동 증가하는 만큼 농어업인 피해대책은 조세수입 확대로 마련된 재정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농어민 상생기금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농어촌에 지원하는 금액이 실제 농어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주축이 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FTA 보완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농어민 상생기금은 자발적인 한·칠레 FTA를 계기로 2004년부터 경제5단체 등이 공동으로 추진한 ‘1사1촌 자매결연 운동’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는 기업과 마을이 자매결연을 하여 일손 돕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관광,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하는 사업으로 2013년 말 1사1촌 자매결연이 1만쌍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대기업 참여가 저조해졌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