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우려 상쇄시킬만한 뚜렷한 호재 없어…변동성 장세 이어질 듯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21일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급락하면서 3900선도 무너졌다. 국내 증시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지수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발 기술주 매도세가 이어지며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 21일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급락하면서 3900선도 무너졌다. 국내 증시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지수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96.15포인트(2.40%) 내린 3908.70으로 출발했다. 전날인 지난 20일 엔비디아의 실적을 등에 업고 사흘만에 4000선을 재탈환했지만 하루만에 4000선을 내줬다. 정규장 시작 5분여 만에는 3838.7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오전 10시 25분 기준 지수는 전장 대비 128.45p(3.21%) 내린 3876.40에 거래되는 등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날 지수 하락은 외국인 투매세가 이끌고 있다. 같은 시각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4895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정규장 개장 20여분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 하락세는 지난밤 미 증시 급락세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수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86.51포인트(0.84%) 밀린 4만5752.2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로 이뤄진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03.40포인트(1.56%) 내린 6538.76,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486.18포인트(2.15%) 떨어진 2만2078.05에 거래를 끝마쳤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고위 관계자가 금융 자산에 대해 급락 위험 경고를 한 점도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며 “현재 내 인상은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금융 안전성을 언급하며 자산 버블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여기에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선제적 금리 인하는 다소 불편하다”고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증권가에서는 AI 버블 우려에 대응할 만한 호재가 없는 점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당분간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 채권 증가 이슈 등이 AI 선순환 구조에 근본적 우려를 제기했다”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일부 모멘텀은 유효하지만, 전방 산업의 투자 축소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버블 우려와 금리 인하 불확실성에 대응할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한 점이 부담”이라며 “12월 FOMC 전까지 관련 노이즈가 지속되며, 매물 출회와 저가 매수 자금 유입이 교차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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