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2.6㎓ 대역 금액 격차 쟁점… 두 배 차이나
정부 "법·원칙 준수하면서 사업자들 의견 조율"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정부가 내년 이용 기한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 재할당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SK텔레콤(SKT)과 LG유플러스가 대가 산정 방식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같은 대역을 사용하면서도 양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이유에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을 확정한다. 주파수 재할당은 기존 이용자가 대가를 지급하고 다시 동일 대역을 이용하는 절차로, 대상은 내년 6월과 12월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800㎒·900㎒·1.8㎓·2.1㎓·2.6㎓ 대역 등)다. 

이 중 2.6㎓ 대역 100㎒폭 가격을 놓고 SKT와 LG유플러스가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S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60㎒폭, 40㎒폭 등을 LTE 용도로 사용 중이다.

SKT는 지난 2016년 주파수 경매에서 1조2777억 원에 낙찰받아 1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앞선 2013년 경매에서 4788억 원에 낙찰받은 후 2021년 재할당에서 27.5% 할인율을 적용받아 5년간 2170억 원에 쓰고 있다. LG유플러스가 SKT보다 더 싸게 주파수를 확보한 것은 지난 2013년 단독 입찰에 나서 경쟁이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단가(총 금액/대역폭/연수)는 SKT가 21억3000만 원으로, LG유플러스(10억8000만 원)의 두 배 수준이 넘는다. 

이 가운데 최초 할당 시에는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지만 이미 보유한 주파수를 계속 쓰고자 할 때는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산정한다. 

이에 경쟁 구도 자체가 달랐던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논란의 불씨가 됐다.

◆ SKT "과거 경매가 아닌 재할당 시점의 경제적 가치 기준으로 산정해야"

   
▲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T T 타워 전경./사진=SK텔레콤 제공


SKT는 2.6㎓ 대역 내 사실상 동일한 가치를 지닌 주파수임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주파수 재할당 시에는 현재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초 임대료가 높다고 앞으로도 무조건적으로 비싼 가격을 내야 하는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SKT는 "정부는 재할당에서 '동일 대역=동일 대가' 원칙을 적용해 왔고 이는 예측가능성, 신뢰보호 측면에서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할당 대가는 향후 주파수 이용에 대한 대가를 정하는 것이기에 주파수 대가는 재할당 시점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최초 경매낙찰가가 재할당 대가 산정의 기준이 된다면, 통신사업자가 보다 높은 낙찰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주파수를 획득하려는 유인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T가 언급한 '경제적 가치'의 근거는 전파법 제 11조다. 11조 3항은 '주파수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경영하는 사업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한다'고 규정한다.

◆ LG유플러스 "경매 낙찰가는 스스로 정한 것… 최근 할당대가가 기준"

   
▲ 용산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전경./사진=LG유플러스 제공


반면 LG유플러스는 해당 주파수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때 개척한 것이고, SKT의 가격은 경매를 통해 스스로 정한 것인데 이를 재할당 과정에서 변경해 달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전파법과 정부 기준에 따라 가장 최근 확정된 할당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당시 사업자가 시장 상황, 대역폭, 용도, 위험 요소 등을 고려해 응찰한 경제적 가치”라며 “전파법과 정부 재할당 기준도 ‘각 사업자가 마지막으로 확정받은 할당 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T가) 과거 스스로 결정한 가격 기준을 부정하고 재할당 시점에서 임의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는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파법상 동일한 대역이라도 SKT의 대역폭이 LG유플러스보다 20㎒ 더 넓어 장비 운용 효율성이 높은 만큼 경제적 가치도 다르다고 짚었다.

LG유플러스는 "단일 장비로 묶어 운용이 가능한 SKT 60㎒폭과 LG유플러스의 40㎒폭은 구성·장비·투자 효율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 전파법 시행령 '해석 모호' 지적… 해외 사례 들여다보니

   
▲ 전파법 시행령./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전파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 대가는 예상·실제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할당대상 주파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할당 대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과거 경매가를 고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 3차례 국내 주파수 재할당 사례를 볼 때 대가 산정 방식 기준에 일관성이 없고 법 조항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1년 진행된 주파수 재할당은 전파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2016년과 2021년 이뤄진 재할당은 과거 경매대가와 5G 기지국 투자조건 할인을 적용하는 등 대가 산정 방법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는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는 경우 과거 주파수의 경매대가를 제한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경우 주파수 재할당 신청 절차를 거칠 때 최초 이용 면허 할당에서 제시한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추가 할당대가 없이 재할당한다. 영국은 우리나라의 재할당대가에 해당하는 '면허사용료'를 납부하는데 주파수의 과거 경매대가만을 근거로 주파수 이용대가를 산정했다가 결정을 파기한 판례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과거 경매가를 그대로 적용하면 주파수의 실제적 경제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매가격은 당시 경쟁 상황의 결과일 뿐, 재할당 시점의 시장 전망이나 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5G 시대가 도래한 만큼 3G·LTE 주파수의 상대적으로 떨어진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할당은 말 그대로 '향후 사용할 권리'를 정하는 절차"라며 "5G에 이어 6G도 거론되는 만큼 3G·LTE 대역의 가치가 예전과 동일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새로운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사업자들도 예측 가능한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정부가 장기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 발표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사업자들의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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