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모험을 오가는 '유일한 선택지'
바위·경사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접지력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차 한 대 지나기 벅찰 만큼 좁은 산길. 좌우로 뻗은 나뭇가지가 차체를 긁어대고, 바퀴 아래선 크고 작은 돌들이 튀어 오르며 오프로드 특유의 긴장감을 전했다. 곳곳에 진흙과 바위, 숲길이 이어지는 험로 위에서 지프 랭글러는 투박하지만 믿음직한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 80년 넘게 이어온 정체성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차량 사방에 진흙이 튀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경험까지, 이 모든 순간이 랭글러를 '대체 불가능한 SUV'로 만들었다.

   
▲ 지프 어드벤처 데이 오프로드 주행 모습./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최근 진행된 '지프 어드벤처 데이'는 서울 강남에서 강원도 정선까지 약 180km 온로드 구간을 달린 뒤, 병방산 국립공원과 기우산 일대 험로에 진입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시승팀은 병방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 12km와 기우산 절벽 임도 6km 등 총 18km의 비포장 구간을 오가며 울창한 수풀과 거친 산길을 탐험했다.

병방산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는 정선군 레저팀이 ATV로만 운영하던 12km 산악로로, 지프 시승을 위해 처음 공식 개방된 장소다. 초반에는 흙자갈과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지만 중턱으로 향할수록 노면은 급격히 거칠어지고 바위 돌출 구간이 늘어나는 중급 난도 구간이다. 인위적 구조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노면은 차량의 접지력과 서스펜션 여유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도심 주행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맞이하게 했다.

오프로드 진입 후 기본은 상시 사륜 기반의 '4H 파트타임' 모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커다란 바위나 통나무 같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저단기어인 '4L'이 필요하다. 레버를 당기면 바퀴는 천천히 돌지만, 4:1 감속비의 강력한 토크가 지면을 단단히 움켜쥔다. 이는 전자식 보조장치로 노면을 보정하는 도심형 SUV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전자는 차를 '몰기'보다 하나의 장비를 '조작하는' 감각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된다.

   
▲ 지프 어드벤처 데이 오프로드 주행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병방산 코스의 중심은 랭글러 루비콘의 핵심 기술인 락-트랙(Rock-Trac) 풀타임 4WD 시스템이 빛나는 순간들이다. 바퀴 한쪽만 지면을 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고 전진했고, 요철과 바위를 타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차체가 흔들려도 방향이 틀어지는 일은 없었다. 전·후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런트 스웨이바 분리 기능 등 '물리적 구조' 중심의 메커니즘은 오프로드에서 제 역할을 정확히 수행했다.

두 번째 코스는 기우산 절벽 임산 도로(임도). 길이는 6km로 짧지만 난도는 병방산보다 확실히 높다. 울창한 수풀과 시야가 좁아지는 협로, 한쪽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구간, 바위 돌출 지점이 연속되는 등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상급 험로'다. 이번 행사에서 처음 차량 시승 코스로 공개된 만큼 긴장감을 놓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졌다.

특히 가파른 경사로에서의 재출발 구간에서는 최고출력 272마력을 발휘하는 2.0리터 터보 엔진의 토크가 돋보였다. 스티어링을 아주 미세하게 조작해도 타이어가 즉각 반응하며 노면을 움켜쥐었고, 급경사에서도 밀림 없이 주행했다. 

   
▲ 지프 어드벤처 데이 온로드 주행 모습./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랭글러는 오프로드 특화 차량이지만 온로드 주행이 불편한 차는 아니다.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주행 성능과 랭글러 특유의 감성은 일상과 일탈을 자유롭게 오가고자 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세단이나 일반 SUV의 안락함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의 존재 목적은 애초에 그 지점에 있지 않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낸다. 복합연비는 7.5km/L이며, 81.4리터 대용량 연료탱크를 갖췄다. 전장은 4800mm, 전폭 1940mm, 전고 1865mm, 공차중량은 2185kg이다.

   
▲ 지프 랭글러./사진=김연지 기자

정선 병방산과 기우산은 국내 시승 행사로는 드물게 '진짜 오프로딩'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였다. 이곳에서 랭글러 루비콘은 단순한 SUV가 아닌 '오프로드 전용 장비'에 가깝다는 점을 증명했다. 매끈함·정숙함·화려함보다 '험로를 통과할 능력', '개방되는 구조', '기계식 4WD의 손맛'을 우선순위에 두는 사용자들을 위한 차.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어떤 SUV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진짜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차는 여전히 가장 정통적이고 가장 확실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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