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월 경차 판매 6만7571대…전년비 13.8% 감소
차박·아웃도어 확산 속 소형 SUV 수요 확대…경차 존재감 약화
3분기 중고차 거래 상위권에 경차 3종…스파크, 단종 후에도 '인기'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경차 시장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경차 수요가 급증하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신차 주문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가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올라서며 소비 패턴의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현대차와 기아의 경차 판매량은 총 6만7571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5만9346대보다 약 13.8%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올해 3분기 모닝과 스파크가 거래량 1·2위를 차지하며 신차 흐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 2025 레이 EV_어드벤쳐러스 그린./사진=기아 제공


◆ 신차 시장 2년째 부진…'탈 경차' 흐름 고착화

경차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규모가 커졌고, 2012년에는 약 21만 대 판매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2020년에는 9만5305대로 10만 대선이 무너졌다. 2022년 13만4294대로 반등했지만 2023년 12만3679대, 2024년 9만8743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경차 신차 판매 부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출시 이후 매년 3만 대 이상 판매되며 경차 판매를 견인했던 캐스퍼가 올해 1∼10월 6725대 판매에 그치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국내 기준에서 '소형차'로 분류돼 경차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대형 SUV 중심의 소비가 강화되며 경차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캠핑·차박·낚시 등 아웃도어 활동이 대중화되며 공간 활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경차보다는 공간 실용성을 갖춘 소형 SUV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

경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많다. 옵션 구성 확대와 물가 상승으로 경차와 소형 SUV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높은 차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경차 라인업 축소도 시장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레이·레이EV 등 4종뿐이다. 2021년 캐스퍼, 2023년 레이EV 이후 신규 모델 출시가 없고, 2022년 쉐보레 스파크 단종 이후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 중고차 시장선 그랜저 제치고 경차가 '톱2'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가 '가장 잘 팔리는 차'로 떠올랐다. 올해 3분기 중고차 실거래량에서 모닝이 1위, 스파크가 2위, 레이가 4위를 기록하는 등 경차 3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0월에도 국산 중고 승용차 중 모닝(3213대)이 1위, 스파크(2011대)가 2위, 뉴 레이(2553대)가 4위에 올랐다.

특히 스파크는 2022년 단종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시장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이례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신차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수요가 유지되는 것은 경차 특유의 낮은 유지비와 접근성 높은 가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흐름도 경차 선호를 강화하고 있다.

경차의 강점은 다양한 비용 절감 혜택이다. 경차는 유류비 환급, 고속도로·공영주차장 50% 할인, 경차 전용 주차구역 등 여러 혜택으로 유지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중고차 구매 시에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더해져 절세 효과도 커진다. 중고차는 차량 가격의 10%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며 신용카드 결제 시 15%, 체크카드·현금 결제 시 30% 공제가 적용된다. 다만 개인 간 직거래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불가해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차는 취득세 부담도 낮다. 일반 승용차 취득세율이 7%인 데 비해 경차는 4%가 적용되고 최대 75만 원까지 감면된다. 구매 금액이 2000만 원 이하라면 사실상 취득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등록 시 부담하는 공채매입 의무도 경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동차세 역시 배기량 1000cc 미만 기준으로 계산돼 연간 약 10만 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2000cc급 중형차의 경우 50만 원대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여기에 2026년까지 적용되는 1000cc 미만 경차 연료 환급 제도(휘발유·경유 리터당 250원·연 30만 원 한도)까지 더해져 유지비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 환경에서 중고 경차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선택지"라며 "당분간 중고 시장에서의 경차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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