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테슬라, 중국산 배제…유럽도 배제 움직임 가속
중국 의존도 높아…공급망 완전 이전 시간 소요 전망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원 통제 강화가 겹치면서 기존 공급망의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GM과 테슬라가 최근 중국산 부품 배제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해당 흐름이 개별 기업의 대응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과제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중국 중심 부품 및 원재료 공급망의 구조적 리스크에 대응해 '탈중국'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희토류 정제·가공시설 공동 설립에 합의하고, 영국이 자국 내 생산·재활용 확대와 단일 국가 의존도 상한을 포함한 핵심광물 전략을 내놓는 등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제적 흐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 GM·테슬라발 '중국산 OUT'…공급망 취약성 노출

GM과 테슬라가 공급망 탈중국화의 선봉에 섰다. GM은 최근 수천 개 협력사에 중국산 부품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라는 지침을 전달하며 사실상 '탈중국'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북미 조립차량을 중심으로 중국 외 지역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조달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일부 협력사에는 2027년까지 중국 소싱을 정리하라는 일정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이후 반복된 부품 조달 차질, 넥스페리아 칩 공급 혼란 등으로 생산 라인이 흔들린 경험이 누적되자, GM 내부에서도 중국 중심 공급망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가능하면 차량을 조립하는 국가에서 부품을 확보하겠다"며 조달망 전반의 재구축 방침을 분명히 했다.

   
▲ 넥스페리아 반도체 제조공장./사진=연합뉴스 제공


테슬라는 더 빠른 속도로 공급망 전환을 추진 중이다. 미국 내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에 중국산 부품 사용 중단을 통보했고, 이미 일부 품목은 중국 외 지역 생산 제품으로 교체 작업을 마친 상태다. 나머지 부품도 1~2년 내 전면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 경쟁 심화 속에서 중국산 부품에 의존할 경우 향후 관세·규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조치로 해석된다.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발 칩 공급 차질을 겪은 이후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반도체의 영구적 대체안을 마련하라고 협력사에 요구하는 등 구조적 리스크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 희토류 공급망도 '중국 밖' 재편 가속

탈중국 흐름은 부품 차원을 넘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모터·배터리에 필수적인 희토류 공급망은 중국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단일 공급처 의존이 가져올 리스크가 특히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중국은 희토류 광산 생산의 약 70%, 정제·분리와 자석 제조 등 다운스트림 가치사슬의 90% 안팎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희토류 정제·분리시설 공동 건설에 합의하며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을 본격화했다. 미국 네바다주 MP머티리얼스와 사우디 국영 광산기업 마덴, 미 정부가 참여하는 합작 모델로 사우디 내에 경·중희토류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정제·분리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 산물과 산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상징적 시도로 평가된다. 

   
▲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사진=연합뉴스 제공


영국은 '비전 2035' 핵심광물 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자국 수요의 10%를 영국 내 생산으로, 20%를 재활용으로 충당하고, 어떤 한 국가에서도 특정 핵심광물의 60%를 넘게 들여오지 않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상한 규정으로, 리튬·니켈·텅스텐·희토류 등을 중심으로 자국 내 채굴·정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과 연동돼 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전략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역외 단일 제3국이 특정 전략 원자재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5%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시에 EU 내에서의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 비중 달성을 제시하며 공급망 분산과 내재화를 병행하고 있다.

◆ "선택 아닌 필수…단계별 대응 전략 수립 시급"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중국 공급망을 단기간에 대체하는 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전기차 모터·배터리 소재·전력반도체 등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품목은 대체처 확보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어, 당장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단계적 분산과 병행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 로드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중국 의존 부품·원자재를 어느 수준까지 분산할지, 3~5년·5~10년 등 기간별 단계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조달선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협력사 투자·합작법인 설립·해외 가공시설 참여 등 입체적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미국·중국 국기./사진=연합뉴스 제공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부품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며 "GM·테슬라의 결정은 탈중국 공급망 전환의 신호탄일 뿐이고, 이제는 완성차 전반이 중장기 공급망 로드맵을 재설정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은 배터리, 모터 등 핵심 부품에서 중국산 원자재와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탈중국 흐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시아·북미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국내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을 높여 공급망 자립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은 더 이상 일부 기업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리스크 관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업계도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조달 비용 급등과 생산 차질이라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