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담 완화·환차익 효과로 단기 실적 방어
고환율 장기화…원가 상승·내수 둔화 부담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원·달러 환율이 1470원 안팎을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자동차·타이어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기대와 함께 장기화시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고환율은 이익 개선에 유리하지만, 장기화시 원가 상승과 내수 둔화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업계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환율 흐름을 주요 변수로 관리하는 분위기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0원 내린 1475.20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477.00원까지 오르며 전날의 고점을 위협하기도 했다.

고환율은 기본적으로 수출 중심 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대표적 요인이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수출 업종으로 꼽힌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100원 오를 때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연간 2조2000억 원, 1조3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대미(對美)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아온 완성차 업계는 고환율 구간에서 관세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원화 약세가 일정 수준 유지될 경우 관세 비용의 상당 부분이 자연적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장기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부품·원자재 조달 비용이 상승해 제조원가가 높아지고, 이는 차량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시장 회복 흐름도 다시 둔화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고착화될 경우 내년 내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 장기화는 글로벌 투자 전략에도 변수가 된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 및 생산 확대 계획은 고정비 증가와 운영비 부담 확대에 직면할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환율 변동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수입차 업계는 고환율로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수입차 업체는 본사에 달러·유로화로 차량 대금을 송금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화 기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장기간 부담이 누적되면 판매 전략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가격을 인상하면 판매량 감소가 우려되고, 동결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 딜레마에 놓일 수 있다.

최근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IQ’'국내 판매가를 미국보다 약 5000만 원 높게 책정했다. 이처럼 수입차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의 가격 구조에 영향을 미쳐 국산차·수입차 모두 구매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이어 업계 역시 고환율의 단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산업이다. 주요 판매처가 해외 시장인 만큼 타이어 업종은 환차익으로 수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어업계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천연고무·카본블랙 등 핵심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곧바로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비 증가와 이익 감소 흐름은 피하기 어렵다.

타이어업계는 환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원재료 가격 변동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환율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당분간 조달 전략 다변화, 비용 효율화, 수출 비중 확대 등 단·중기 대응책을 강화하고 글로벌 리스크 관리와 비용 구조 점검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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