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산정률 40% 이하로 인하…중소형 제약사 30% 감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비대위 출범…업계 목소리 정부에 전달할 것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종합 개편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구조적 변화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릭 약가는 대폭 인하되는 반면 혁신신약의 가치는 인정받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짜여지면서 제약업계는 동시에 기대와 우려에 휩싸여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주 후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인 개편안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경로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연구 결과를 분석중이다.(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약가제도 개편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현행 제네릭 약가 산정률 53.55%를 40% 이하로 대폭 인하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약 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존 이중약가제(RSA)를 '약가유연계약제'로 전면 개편해 적용 대상을 혁신성 인정 신약 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셋째로는 사용량-약가 연동제(PVA), 급여적정성 재평가, 실거래가 인하 등 복잡하게 얽힌 사후관리 제도를 통합·간소화하는 것이다.​

만일 약가유연계약제 확대로 국내개발 신약이 국내 약가와 무관하게 글로벌 수준의 높은 가격을 획득할 수 있게 될 경우 신약 기업들은 세계 시장 진출의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현재 국내 신약 기업들은 한국 약가가 낮으면 글로벌 진출 협상에서도 약해지는 코리아 패싱 악순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약 도입 기간도 대폭 단축된다. 기존에는 허가, 급여평가, 약가협상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신약 국내 도입에 6~9개월이 소요됐다. 개편안에 따르면 세 과정을 병렬로 동시 진행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의 국내 시장 진입 시간이 수개월 단축되는 것은 환자 접근성 향상으로 직결된다. 또한 혁신신약으로 인정받는 약의 약가 프리미엄이 확대되면 신약 개발 기업들의 R&D(연구개발) 투자 유인이 그만큼 강화된다.

하지만 제네릭 약가 인하는 업계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제네릭 약가가 40%로 인하되면 제네릭 의약품에 의존하는 중소형 제약사의 매출은 30% 이상 감소한다.

처방약 시장에서 특허 만료 성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하는 가운데 대표 수익원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다. 중소형 제약사 대부분이 제네릭 의약품만으로 연명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 위기는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자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협회가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비대위는 기획정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국민소통위원회 등 3개 분과를 구성해 R&D투자 위축, 연구개발 계획 차질 등 업계 우려를 정부에 집중 전달할 방침이다. 전달 내용은 제네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곧 신약 개발 투자 축소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번 개편은 신약 약가 인상으로 늘어난 건강보험 지출을 제네릭 약가 인하로 충당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결론적으로 제네릭 위주의 기업들에게 '건보 재정 건전성'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연말에 발표될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는 애엽추출물 등 8개 성분이 급여 제외될 가능성도 있어 기존 기업들의 타격은 이미 예정된 상태다.

이에 비대위는 "정부가 내놓을 약가 개편안이 건강보험재정의 절감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제약바이오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에 대한 적정 보상과 혁신가치 인정에 기반한 생태계 구축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4일 진행된 비대위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은 약가 개편안이 국내개발 신약의 글로벌 진출과 세계 3위의 신약 파이프라인 보유, 사상 최대 실적의 신약 기술 이전 등 가시적 성과로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혁신 동력에 타격을 주면 안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