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다는 사회적 통론이다. 이 말처럼 국내 경제인구의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과 관련이 있다. 중소기업이 건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건강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이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중소기업은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1% 외환위기 이후 15년 7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청년 일자리는 없고 중소기업은 인력이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구직난 속 구인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2015년 겨울,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과 기대의 경계선을 뒤쫒아본다. <편집자주>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정부·기업 힘을 합쳐야…”

[미디어펜=김태우기자]증가하는 청년실업률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중소기업 사이에도 인력난의 편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IT분야가 단순 제조업분야 보다 인력충원이 용이하다는 것. 아이디어를 통해 성패가 판가름 날 수 있는 IT분야에 비해 기술력과 노하우, 숙련도와 같이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제조업 보다 충원이 원활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 제조업분야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고령의 노동자/미디어펜DB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청년(15~29세) 고용률은 40% 내외에서 정체 상태로 중장년층(74%) 보다 상당히 낮아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청년층의 중소기업 선호 비중(통계청 2013년 기준)은 5.4%에 불과하다.

이 같이 청년층의 중소기업 선호도가 낮은 것은 사회초년생들이 첫발을 내딛기 위해 생각했던 자신의 이상과 중소기업의 근로여건의 차이가 너무 심각하고 받는 대가에 비해 소화해야하는 업무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중론이다.

이 밖에 대외적인 이미지부터 앞으로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 이직여건 등을 생각했을 때 중소기업을 꺼리게 된다는 것도 이들이 취업준비기간을 늘려가며 중소기업의 합격통보를 무시하거나 지원조차 않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중소기업 간에도 분야별로 인력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관련 부품제조업공장의 임원인 양 모씨(42·남)는 “해가 갈수록 차츰 한국인 직원들의 평균 연령층도 올라가고 있다”며 “그나마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청년층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해결책은 아니다”고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청년층은 힘든 일을 싫어하고 끊기 있게 참고 견디기보다 금방 다른 일을 알아보고 이직 준비를 해 안타깝다”며 “지원자조차 없어 어렵게 함께 일하기로 뽑은 직원들이 2~3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힘든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는 청년층이 제조분야로 지원을 하지 않아 충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마지못해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의사소통의 문제와 까다로워진 외국인노동자 근로기준법 등으로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난감하다고 한다.

더 문제인 것은 그들이 생각만큼 성과를 보이지 못하며 과거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을 열심히 해주지 않고 시간만 때우려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것. 외국인 노동자들도 자신들조차 없으면 공장이 어려워 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젠 배짱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는 게 고용주들의 입장이었다.

청년층은 고사하고 고심 끝에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제조업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씨는 “소프트웨어 등을 다루는 IT분야가 부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씨를 비롯한 제조업 종사자들이 IT분야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이렇다.

한국의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과정까지 이수한 상황에서 공장라인에서 근무하는 일을 꺼려하게 되며 제조업분야가 괄시 아닌 괄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프트웨어 같은 IT분야의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고 육체적인 노동 이외의 것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끼기에 고급인력으로 여기지는 부분도 있다. 또 IT강국답게 국가지원 사업 등도 많이 있어 업체자체적인 지원도 제조업보다 많고 임금수준도 높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의견이다.

   
▲ 공단 전체에 붙어 있는 구인전단지는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이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이다./미디어펜DB

실제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일급의 상·하위 10개 직종중 상위 1~3위에 컴퓨터 하드웨어 기사(12만614원), 회로설계사(11만5706원), 컴퓨터소프트웨어기사(11만3072원)가 각각 자리했고 하위권에는 방직기 조작원(6만1591원), 고무제품생산원(6만4242원), 수동물품포장원(6만4618원)이 자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IT분야의 경우 중소업체들이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던 사례들이 있어 비교적 많은 이들이 도전을 하는 것도 인력충원에 덜 힘든 이유다.

최근 급성장하며 유명세를 탄 전자상거래 업체 알라바바나 게임소프트웨어 업체 NC소프트와 같이 소규모업체에서 큰 성과를 보이며 급성장한 업체들의 판례도 중소기업이라는 핸디캡 장벽을 무너뜨려주는 것도 있다.

더불어 경력이 쌓이면 이직이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다. 소규모업체에서 시작한 사회초년과 달리 중반이 넘어서며 대기업까지 단계를 밟아 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IT분야의 중소기업은 제조업보다 비전이 있다

하지만 IT분야도 고충은 있다. 충원이 쉽다는 말은 그만큼 인력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즉 마음 맞춰 일을 할 정도의 수준이 되면 보다 조건이 좋은 업체로 이직을 해버린 다는 것.

이 때 IT업계 특성상 중요한 정보유출이 될 수도 있고 몇 계월을 고생해서 완성단계에 도달한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 업계종사자 들의 고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IT분야가 인력수급을 기준으로 봤을 땐 제조업보다 형편이 좋아 보일수 있지만 현재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총체적인 난국에 국면해 있는 상황이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