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문제집·인터넷 강의까지 기제들까지 전면 개편 필요
지난 한달 간 펼쳐졌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논쟁은 결국 역사교육뿐만 아닌 다른 과목 모두를 포괄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요지였다. 문제는 국사교육, 역사교과서 뿐만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필과 검정과정에 앞서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가 면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국정화하자는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교육과정에 자유, 독립을 바탕으로 한 협동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시키고 이에 상응하는 교과서, 참고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학교나 교사에 대하여 교육소비자(학생 및 학부모)의 자유로운 선택이 허용되지 않는 현재의 공교육 체제 하에서 이는 쉽지 않은 길이다. 자유경제원은 이에 교과서 분석에 앞장섰던 전문가들과 함께 역사교육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질을 바로잡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유경제원이 지난 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교육의 질을 높이자” 제 3차 연속토론회 ‘교과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에서 참석한 패널들은 교사용 지도서 및 국가교육과정의 요체, 교과의 성격 등에 관해 전문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아래 글은 연속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교사용 지도서의 반대한민국성, 얼마나 심각한가

교사는 학교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역사교과서 논쟁에서 아무리 교과서를 바로잡아도 일선 교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있겠는가라는 회의론이 일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교사들이 수업을 할 때 주로 참고하는 것이 교사용 지도서이다. 교사용 지도서는 학생들의 교과서 골격에 상세설명, 알려야할 주요 포인트들을 부기해 놓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행 검정교과서의 반대한민국적 기술태도가 문제가 되었을 때 교사용 지도서는 더 심각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역사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가.

결론적으로 교사용 지도서 역시 현행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기조가 그대로 답습된다. 오히려 더욱 강화된 좌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정확하다. 역사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로의 대한민국 건국을 폄훼하고,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되어 있는 점, 산업화 과정의 명암에 있어 균형을 결여하고 과에 치중하여 기술하는 것과 같은 문제들이 담겨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예1) <미래엔 교사용 지도서 282페이지>

식민지 공업화가 추진되고, 일제 자본이 투자되어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인 중에도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극소수 친일예속 자본가들은 큰 부를 축적하기도 하였다(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 반면, 토지조사사업, 산미증식계획 등 일본의 식민지 수탈정책은 지주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농민의 몰락을 촉진하였다. 이로 인해 1930년대에는 농촌에서 내몰려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농민이 크게 늘어났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일제의 식민지 지배정책은 일제에 협력하는 지주, 자본가층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면서 하층 민중(농민, 노동자)을 수탈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위 예에서 두드러지는 기술 태도는 사회를 자본가, 지주라는 상부 계급과 농민, 노동자라는 하부 계급으로 이원화하고 이들 간 계급갈등 구도로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지 하에서 이런 계급구도가 생성, 심화되었으며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식의 사고가 녹아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식민지 청산, 친일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정의한 나라이며, 소소의 특권층에 의한 민중착취가 이루어지는 국가라는 도식이 형성된다. 이런 교육을 학생들에게 하게 되면 지난 ‘민중총궐기’라는 광화문 도심 불법폭력집회는 대의를 위한 투쟁이 되며 학생들은 국민 혹은 시민이 아닌 민중(민중의 편)이 되는 것이 정의의 실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2015년 하반기 역사교과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지만, 다른 교과목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초중등학교에서 가치 교육을 담당하는 도덕, 윤리 관련 교과에서 근대적 개인의 탄생과 덕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사진=미디어펜

예2) <미래엔 교사용 지도서 309페이지>

우익은 신탁통치를 식민지배의 연장으로 인식하였다. 잔혹한 일제통치를 경험한 대부분의 민중도 여기에 동조하여 우익은 대중동원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탁운동을 독립운동의 연장, 곧 애국운동으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이때 친일 반민족세력들이 반탁운동을 통해 반공애국세력으로 변신하기도 하였다.

위 예시의 기술태도는 한국인들의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신탁통치안에 반발해 벌인 반탁운동이 신탁통치를 식민지배와 동일시한 무지 혹은 오해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건국의 중요한 단초가 된 반탁운동을 독립의지의 표명이 아니라고 호도하며 심지어 친일 반민족세력이 반공애국세력으로 둔갑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과정에 대한 의도적 흠집내기이며 반공세력은 곧 친일세력이라는 낙인찍기의 일환이다.

예3) <미래엔 교사용 지도서 319페이지>

사료읽기. 정읍발언(1946.6.3.)
제 1차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고 신탁통치 결정에 따른 민족분열의 조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승만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위 예시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정읍발언 소개를 통해 이승만의 성급한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획책으로 남북한 분단이 발생하게 되었다라는 인식을 주입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정읍발언 이전 스탈린의 지령하에 사실상의 북한정권에 해당하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이미 2월 수립되었음이 스탈린의 ‘45. 9월 비밀지령과 총정치국장 슈킨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대한 설명이 담겨야 함에도 오히려 분단의 책임을 우리쪽에 돌리는 기술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아이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교사의 탓이다.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 계급론에 빠진 한 여고생의 존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크다.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인해 시작된 역사전쟁이 전체주의 대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상전 뿐 아니라 집단 대 개인, 갈등 대 리더십, 노예 대 극복 등이라는 미시적 대립을 드러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예4) 천재교육 교사용 지도서

○ 유엔총회 결정(1947.11): 인구비례에 따라 총선거 실시 이후 정부 수립
-> 인구수에 비례하여 국회의원 선출 등의 선거를 실시한다는 것으로서, 북한은 인구가 남한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인구 비례에 따라 선거를 실시하면 불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 소련과 북한: 유엔총회 결정 반대--> 유엔 한국 임시 위원단 방문 거부
○ 유엔 소총회: 선거 가능한 지역에서 선거 결정--> 남한 단독 선거
-> 국제연합 총회의 기능을 부문적으로 대리하는 보조 기관으로 1947년에 설치됐으며, 국제협력의 촉진 등에 관한 연구, 조사 심의 및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위 예에서는 유엔총회의 결정에 따른 인구비례 총선거가 북한에 불리한 룰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따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기술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또 이후 선거가 가능한 지역에서의 총선거를 결정한 유엔 소총회에 대해 불필요한 기술을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유엔 소총회의 기능과 권한을 축소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유엔의 승인을 받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의도적으로 폄훼하고 있다.

예5) 천재교육 교사용 지도서

남북협상
배경: 유엔의 결정->즉시 국가건설 가능, 실질적으로 분단을 의미
중심인물: 김구, 김규식->분단을 막기 위해 남북협상 추진
내용: 평양에서 김일성 등 남북한 주요 정치, 사회단체 지도자들과 회담 개최 후 공동 선언문 채택->외국 군대 철수, 임시 정부 수립, 남한 단독 선거 반대 등
한계: 유엔의 남한 단독 정부 수립 결정, 북한의 정부 수립 준비

위 예시는 남북협상이 스탈린의 지휘하에 김일성이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하기 위해 펼친 전술이고 여기에 이용당한 것이 김구, 김규식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남북협상이 잘 되었더라면 민족통일을 이루고 하나의 국가 건설이 가능했을 텐데 이를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세력이 방해하여 좌절된 것으로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지난 11월 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및 민생복지 축소 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있다./사진=미디어펜

예6) <미래엔 교사용 지도서 341페이지>

[와글와글 역사논쟁]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산업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중에 어떠한 가치를 더 우위에 둘 것인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다소 희생되어도 좋은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강력한 리더쉽은 독재와 다르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대립적인 것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위 예시는 경제발전을 폄하하고, ‘살찐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고 학생들의 사고를 고착화 시키는 기술태도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산업화에 대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희생되어도 좋은가’라는 이분법적 물음을 통해 반시장, 반자본 정서, 산업화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강화하고 있다.

이상의 예시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용 지도서들은 기존 교과서의 편향, 왜곡을 더욱 심화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 교과용 지도서도 철저히 분석해 다시 쓰여져야 한다. 교육의 중심에는 교과서가 있지만 교과서만으로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없다. 교과서는 시작일 뿐이다. 교사용 지도서, 참고서, 문제집, 인터넷 강의 등 대한민국의 진짜 역사가 아닌 그들만의 역사를 퍼나르는 기제들까지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