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귀에 숨어 공권력 향해 쇠파이프·각목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광화문 불법폭력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복면 금지’가 제시되고 있다. 여당도 집회·시위에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나 복면 착용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는 물론 여론에서도 '복면금지법'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얼굴을 가릴 경우 불법폭력 행위를 해도 신분확인을 할 수 없어 검거가 어렵고, 익명성이 보장되면 폭력성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복면 금지 찬성의견과 복면금지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언론과 국민 모두 복면 착용이 야기하는 불법폭력시위의 양상을 목격했다. 미리 준비한 쇠파이프와 각목을 위시한 여러 가지 폭력도구들이 복면시위대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사용됐다. 그 과정에서 100여명의 경찰이 부상을 당하고 경찰버스 50여대가 파손됐다.

세계 주요 인권선진국들은 복면 착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해, 불법폭력시위에서의 복면 착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집회, 시위 도중 복면 착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복면 금지의 위헌성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일 프란치스고회관에서 주최한 ‘복면시위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복면금지는 집회시위 자유의 ‘본질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며, 복면을 착용한 폭력시위는 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복면금지’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Ⅰ. 들어가며

지난 ‘민중총궐기’라고 타이틀이 붙은 집회는 초기의 평화로운 집회에도 불구하고 끝에 가서는 대규모집회·시위에서 수시로 보였던 폭력성이 여지없이 나타나면서 시위현장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폭력시위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찰이 시위를 못하게 하니까 폭력으로 대응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자유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고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시위의 자유를 남용하는 것이다.

이번 시위에서 혹자는 경찰의 과잉대응이 폭력시위를 불러온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시위에서 폭력행위를 유발하도록 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민주적 법치질서에 반하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것처럼 우리 헌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일체의 폭력을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경우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합법화될 수 없다. 더구나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훼손할 수 있는 흉기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범죄행위에 불과하다. 경찰의 광화문시위 불허처분을 위헌이나 위법이라고 판단했다면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여 권리를 구제받아야 하지, 폭력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범죄이며 법치국가원리에도 반한다.

집회나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헌법의 요구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집회의 자유만 선언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 집회는 평화로운 집회만 보장한다는 의미이고 폭력행위가 수반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구나 폭력시위대의 대부분은 마스크나 수건 등을 이용하여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폭력시위에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한 복면의 착용은 자신의 행위를 감추어 경찰의 채증을 피하려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집회나 시위의 자유는 집단적인 표현의 자유로, 자유로운 의사의 표출을 위하여 익명의 권리도 보호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화로운 집회나 시위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이런 복면 착용금지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집회나 시위는 옥내에서보다 옥외에서 주로 개최된다. 옥외에서 집회나 시위는 다른 사람의 권리나 공공질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많다. 폭력시위의 위험가능성이 있다면 복면의 착용금지는 평화로운 집회나 시위를 위하여 도입의 필요성이 있다.

   
▲ 현재 복면금지법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의 불법폭력시위로의 변질로 인해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는 시위꾼./사진=한국대학생포럼

Ⅱ. 표현의 자유와 복면금지의 문제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또한 헌법 제21조 제2항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 헌법은 집회만 규정하고 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시위는 움직이는 집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위의 자유도 보장된다. 이러한 시위에 대하여 헌법에는 규정이 없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는 제2조 제2호에 시위를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여, 시위를 이동하는 표현의 자유로 보고 있다.

집회나 시위가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하여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하였기 때문에 집시법을 통하여 최소한의 제한으로 보장을 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에 대하여 집시법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집회와 달리 시위는 행진이라는 이동성 때문에 집회보다도 더 많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광화문의 시위현장을 보면 쇠파이프나 각목, 철제사다리 등으로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경찰차량을 공격함으로써 폭력을 행사하여 더 이상 폭력시위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규모 시위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의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 폭력시위에 가담한 다수는 얼굴을 가리고 시위에 참가하여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복면금지의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이미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복면시위대의 폭력시위가 사회문제화 되자 1985년 형법을 개정하여 집회나 시위에서 복면착용을 처벌하는 내용을 도입하였다. 이 규정에 따라 경찰의 복면금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 후 독일은 집회법도 개정하여 집회나 시위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면착용을 금지하였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도 집회법 제9조에 복면금지를 규정하여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스위스도 역시 공공장소의 집회나 시위에서 복면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9년 복면금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시위 중에 복면을 하고 경찰폭행이나 기물파손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15개주에서 복면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상당수의 국가들이 집회와 시위에서 복면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시위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상당수의 시위대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점과 복면을 한 위장시위 참가자들로부터 선량한 일반 시위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점도 있다. 그런데 복면금지 반대론자들은 복면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집회와 시위도 표현의 자유의 한 영역으로 표현의 자유로부터 파생되는 익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의 보장내용에서 “집회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하여 참가자의 복장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헌재2003. 10. 30. 2000헌바67등). 이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복면금지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내세우는 중요한 논거이지만, 참가자의 복장에 복면을 포함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은 아닌지 의문이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집회참가자의 복면이 문제가 되었다면 복면을 복장에 포함시키지 않고 복면착용문제 그 자체에 대하여 언급을 하였을 것이다.

독일은 복면금지와 관련하여 단순히 신원확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복장의 착용이 금지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원확인을 어렵게 또는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목격자가 다시 보아도 누구인지를 모르게 하거나 사진·비디오를 통하여 누구인지를 모르게 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경우에 한하여 집회금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무튼 복면금지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그 제한이 정당하다면 복면금지가 무조건 위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집회시위는 갈수록 대규모로 장기화되고 과격해지고 불법의 길을 걷고 있다. 군중에 숨어 복면으로 자신을 가린 익명성은 집회시위의 폭력화를 부추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Ⅲ. 폭력시위와 복면금지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결정을 통하여, “집회의 자유가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며,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고 하였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등).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단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 집회에 한하며, 민주국가에서 정신적 대립과 논의의 수단으로서, 평화적 수단을 이용한 의견의 표명은 헌법적으로 보호되지만, 폭력을 사용한 의견의 강요는 헌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등). 이렇게 집회의 자유가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폭력적인 집회나 시위는 결코 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독일 기본법이 평화로운 집회만 보장한다고 하는 것에서 다시 한번 폭력시위가 법질서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서울 도심의 폭력시위 끝에 우리 사회는 다시 복면금지법의 도입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복면금지의 주목적은 폭력시위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복면으로 얼굴을 감춘 자로부터 폭력시위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 책임소재를 밝혀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회나 시위에서 복면을 금지하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복면금지는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화하고 예외적인 수단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독일의 경우 시위에서 폭력성이 발현되는 경우, 복면착용금지권한을 경찰에 부여하고 복면착용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후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복면금지에 대하여 찬반논란이 심하여 도입이 어렵다면 복면을 쓰고 폭력시위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는 소요죄를 적용하여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튼 복면금지법의 도입이 폭력시위의 차단에 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예외적 도입과 함께 복면착용 폭력시위 가담자에 대한 소요·폭동죄를 적용하여 시위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최고의 법정형으로 형사처벌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는 단지 폭력일 뿐이고, 폭력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치질서를 훼손시키는 반사회적 범죄이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잊으면, 그 자유는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일 프란치스고회관에서 주최한 ‘복면시위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복면금지는 집회시위 자유의 ‘본질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며, 복면을 착용한 폭력시위는 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