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인해 R&D 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설비 투자도 당분간 축소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업황을 고려해 비용 절감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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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의 올해 3분기 누적 R&D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해 3분기까지 1740억 원을 R&D에 투자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감소했다.
롯데케미칼도 3분기 누적 R&D 투자액 101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 한화솔루션 역시 3분기까지 1472억 원을 R&D에 투입해 지난해보다 5.8% 줄었고, 금호석유화학도 41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올 들어 석유화학업체들의 R&D 투자가 감소한 것은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부터 이어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R&D 투자 확대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친환경·고부가 제품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R&D에 힘을 실어 왔지만, 적자 지속으로 투자 여력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R&D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적자가 길어지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R&D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R&D 이어 설비 투자도 축소 분위기
설비 투자 위축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4일 고순도 크레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정밀화학 원료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연간 3만 톤의 고순도 크레졸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지연과 중국과 인도의 생산 확대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이 올해 말까지 해당 설비에 대한 투자 예정 금액은 총 2230억 원인이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향후에도 설비 투자 축소 움직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향후 2~3년간 설비 투자가 감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은 석유화학 부문과 배터리 소재 부문 부진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저하된 만큼 투자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 투자 최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필수 투자를 제외하면 신규 투자는 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며, 수익성이 확보되는 경우에만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투자에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만큼 계획대로 추진하겠지만 앞으로 신규 투자는 신중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투자 축소 지속 전망
업계 내에서는 투자 축소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보 보고 있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현금 창출 여력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2027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내에서도 설비 폐쇄 움직임이 나오고 있으나 증설되는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중동에서도 설비 증설이 이뤄지고 있어 글로벌 공급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한정된 재원 속에서 수익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 높은 사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몇 년간은 보수적인 투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설비 효율화, 원가 절감 등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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