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부회장 한국 경험 전무…민유성 고문 장악땐 경영 퇴보 우려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분쟁 행보가 잰걸음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한일 양국 기자회견은 물론 총괄회장 대필 수기, 일본어 홈페이지 개설 등 활발한 여론전과 줄소송 등 연일 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 쪽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이와 동시에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승기를 잡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업(企業)이 가업(家業)이라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식품·제과업계는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다”며 “롯데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모든 상품을 시식하고 디자인과 광고를 확인하면서 성장해 왔다. 반드시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16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언론에 밝힌 "한국 풍습이나 일본도 그렇고, 장남이 하는 것이 맞다"며 "장남(신동주 전 부회장)이 후계자인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간단한 문제인데 그 일을 차남(신동빈 회장)이 시끄럽게 했다"고 밝힌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인터뷰를 접한 재계 관계자들은 인터뷰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악재라는 평이다. 직접고용이 12만 명에 달하는 롯데그룹을 ‘가업’으로 보는 것은 기업을 가족의 소유물로 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전근대적인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제과업계가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롯데가 가업이라는 내용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며 “지금 롯데는 유통을 시작으로 관광, 금융 그리고 얼마전 ‘빅딜’이었던 케미컬 영역까지 갖고 있는 그룹사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큰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제공
민유성 고문, 개국공신으로 롯데 장악? 지연, 학연 동원한 측근 투입

신동주 전 부회장이 승리할 경우 핵심 인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단연 민유성 현 SDJ코퍼레이션 고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유성 고문이 한국 롯데의 실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유성 고문은 前 산업은행장을 지낸 인물로 정·재계를 망라하는 폭넓은 인맥을 가졌음은 물론 상당한 지략가로 통한다는 후문이다. 실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컴백과 거침없는 광폭 행보는 민유성 고문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를 돕고 있는 SDJ코퍼레이션 직원들과 주변 인물도 민유성 고문의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한 인물로 채워졌다.

SDJ코퍼레이션 홍보를 담당하는 정혜원 상무는 민유성 고문이 살로먼스미스바니(現 씨티그룹)의 서울 대표로 일할 당시 홍보 업무를 담당했고, 민유성 고문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홍보팀 팀장으로 영입될 정도로 인연이 깊다. 정혜원 상무의 남편 또한 민유성 고문이 설립한 사모펀드회사인 나무코프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가짜 변호사’ 논란으로 한 달 만에 사임한 나승기 前 총괄회장 비서실장은 물론 교체된 권종순씨도 민유성 고문과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74학번 동기이다. 뿐만 아니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법무법인 두우의 조문현 변호사와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도 민 고문과 경기고등학교 동기이다.

SDJ롯데 장악, 산은-서강대-경기고 카르텔 생길 가능성도 有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 복귀는 민유성 고문의 학연과 지연으로 구축된 SDJ사단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을 통해 민유성 고문에게 보내는 신뢰가 높은 만큼 승기를 잡을 경우 민 고문에게 돌아가는 ‘몫’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명 ‘산은-서강대-경기고’ 카르텔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농담도 오고 가는 상황”이라며 “한국쪽 경영활동이 전무하고 한국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신 전 부회장에게 든든한 오른팔 역할을 자처하는 민 고문의 입지는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