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군수·해양 특수강 개발 속도…기술 기반 고부가 시장 공략 본격화
한미 팩트시트·마스가로 군함 수요 확대…방산용 후판 연간 소요 증가 기대감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철강사들이 기존 조선·건설 중심의 전통적 수요 구조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용 특수강·후판 분야로 적용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가 수입재 확대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방산 분야에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 포항제철소 후판부 제2후판 공장./사진=포스코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잇따라 방산 소재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지난 10월부터 한화오션과 강재 설계부터 용접 기술, 선체 적용 기술까지 6개 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차세대 함정용 ‘기가급 초고강도 강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그간 LNG 연료탱크, 상업선 등 민수 중심으로 활용돼온 고망간강 등 고강도·고인성 소재 기술도 함정 관련 분야로 활용 폭이 넓어지는 흐름이다.

동국제강과 현대제철도 최근 각각 초극박 규격의 4.5T 방산용 후판과 전차용 강판(RAH강)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방산 분야에서의 중장기 공급 체계를 수립한다는 목표다.

이는 최근 3년 간 봉형강, 판재 등 철강사들의 주력제품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분위기 속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산 맞춤형 제품이 철강업계에서 고부가가치 전략 품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본래 철강사들이 건설, 조선 중심으로 대량생산 전략을 채택해온 것과 달리 방산용 강재의 경우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향 제품은 민수용보다 높은 수준의 단가가 형성되며 품질과 인증 역량을 갖춘 국내 철강사들에겐 가격 중심 경쟁보다 기술 중심 수요가 확대되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 군 조달 사업은 일반적으로 최저입찰제를 적용하지만, 실제 민수용과 달리 방산용 강재는 높은 기술 규격과 내충격성, 용접 안정성 등이 요구돼 공급 가능한 업체 자체가 제한적인 만큼 수의계약이 허용되면서 높은 단가가 책정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AZO Materials' 등 글로벌 소재산업 분석기관은 군용 인증을 받은 철은 일반 제품 대비 약 2배 비싼 단가로 측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마스가’ 및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이 자국 함정을 한국 내에서 건조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군함·잠수함·특수선 프로젝트 등에 대한 국내 조선사의 참여 기회가 넓어진 상황이다. 

또한 앞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사들은 폴란드, 캐나다 등 해외 방산기업과 전략 파트너십을 맺고 함정, 잠수함 수출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향후  해외 해군 수출 사업 참여가 늘어나면서 방산 시장 규모가 커질 경우 고사양 방산용 후판의 연간 소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상업선 대비 훨씬 높은 충격 인성·용접성·내구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국산 특수강 적용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기존에 축적한 조선용·특수강 기술 역량이 방산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며 “방산 시장 자체는 전체 대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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