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산·우량고객 이탈 불가피…월세 관련 상품 개발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은행권 전세대출이 최근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은행으로선 안정적인 대출자산과 우량고객 유지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은행들이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감지해 월세 관련 상품·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하나금융포커스'에 따르면 최근 전국 주택 월세거래량은 전세분을 능가하면서, 월세가 주된 임대차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전월세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올해 9월 6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39%에 견줘 약 26%포인트(p) 급증한 값이다. 올해 월세시장 규모(세입자의 월세 지출액 기준)는 약 16조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 2022년 대비 약 2.2배 증가한 수치다.

   
▲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은행권 전세대출이 최근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은행으로선 안정적인 대출자산과 우량고객 유지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은행들이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감지해 월세 관련 상품·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월세 거래량은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세를 추월했는데, △집주인(임대인)의 월세 선호 증가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 월세 수요 확대 △고령화로 인한 은퇴자들의 월세거래 증가 △주거가치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세사기 이슈가 확산되면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세입자(임차인)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오피스텔·빌라를 중심으로 월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적으로도 △다주택자 세제 강화 △임대차법 시행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지정 등이 쏟아지면서 월세화를 부추겼다. 

이처럼 월세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은행권 전세대출 규모도 2022년 말 이후 감소세다. 전세대출 연간 증감액을 살펴보면 △2020년 33조 7000억원 △2021년 29조 5000억원 △2022년 8조 4000억원 등 매년 급감했다. 그러다 2023년부터 수치가 급변했는데, 신규대출보다 상환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면서 14조 8000억원 순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3조 9000억원 순감소, 올해 10월 현재 대출규모도 6000억원 순감소를 각각 기록했다. 

은행으로선 이 같은 전세대출 감소가 안정적인 대출자산 및 우량고객 유지에 불리한 요인이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 보증을 활용하는 만큼 채권회수 리스크가 낮은 대출로 꼽힌다. 또 전세대출 고객 중 고신용자 비중은 약 85%에 달하는데, 이들 중 약 65%가 고소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고객과 비슷한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고, 낮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연체율 등의 조건을 갖춰 은행으로서도 안정적인 고객자산인 셈이다. 

이에 하나금융연구소는 트렌드 변화에 따라 은행권에서 월세가구의 금융수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세 관련 금융수요는 목돈 마련을 목적으로 한 대출 수요가 중심이지만, 월세 금융수요는 현금흐름 및 자금관리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는 보증기반 대출 상품을 공급해 예대마진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고객관계도 대출만기 기간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월세 금융소유는 현금흐름 및 거래관계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거래기반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고객관계는 상대적으로 장기에 가까운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수요를 충족하는 상품·서비스를 개발하고, 고객 발굴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은행권이) 임대인에게 월세수익과 연계한 투자, 현금흐름 담보대출, 급여인정 및 고객우대 정책, 시니어브랜드와의 연계 등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임차인에게는 통합 지출 관리 및 결제서비스, 전용 입출금통장 및 목적형 저축, 임차인 배상책임보험 등 보험 상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고가월세 등 신규 고객군을 발굴하고, 2030 세대를 대상으로 향후 주담대 수요와 연결하는 생애주기적 접근, 반전세 전환 고객의 이탈 방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임대차 플랫폼 생태계와 협업해 신규고객 확보, 데이터 활용, 신용평가모델 반영 등 생활금융 및 데이터 중심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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