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빨간불에도 기업 발목 잡는 주고받기식 야합 '국회의 몽니'

건강한 법치국가는 국민의 ‘법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19대 국회에서는 또 다시 정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입법활동의 원칙이 무너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지난 11월 30일, 여야 원내 지도부 간 이뤄진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잠정합의 과정이 그것이다. 여야는 ‘경제활성화’법안과 ‘경제민주화’법안을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협상에 포함된 청년고용할당제, 1조 원 규모의 농어촌상생기금,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고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여야가 원칙 없는 주고받기로 흔들리고 있는 ‘입법활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자유경제원이 3일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원칙없이 흔들리는 입법활동, 이제 그만’ 경제현안 긴급간담회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서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래 글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당리당략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

지난달 30일 국회에서는 또 다시 여·야의 정치적 흥정에 시장경제의 원칙이 흔들렸다. 한·중 FTA 잠정합의 과정에서다. 합의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고받기식’ 정치타협이 오갔다. 1조원 ‘농어촌상생기금’과 ‘청년고용할당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경제민주화법’이라는 명목아래 사회적경제기본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 반(反)시장적 법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한편, 한국경제에 활력소가 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인 실정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국회는 3일 아침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법정시한을 어긴 것이다. 법을 앞장서서 지켜야할 국회가 또 다시 어긴 것이다. 그러면서 5개 법을 함께 처리한 점은 더 큰 문제를 갖는다. 특히 모자보건법과 대리점법이 그렇다. 끼워서 처리해서는 안 될 부작용이 큰 법이다.

우려되는 한국 경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여·야·정 협의체는 1조원 농어촌상생기금에 합의한 바 있다. 10년간 1조 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한·중 FTA로 인한 피해가 염려되는 농어민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기금을 민간기업이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준조세인 셈이다. 한·중 FTA 발효로 인한 이익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불가능함에도 기업들은 기부금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비록 자발적 형식이지만, 청년창업·동계올림픽 후원 등 이미 수백억 원의 지원금을 기부하고 있는 민간기업의 부담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1월 2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개관식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황 총리가 문재인 대표에게 한중FTA 비준안의 조속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또한 문제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벨기에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을 벤치마킹한 제도로서 현재 공공기관·공기업 정원의 3%이상을 청년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대기업에도 최대 5%까지 확대적용하자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고용을 정치인들이 대신 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자체로 시장경제를 무력화하는 규제다. 또한 ‘로제타 플랜’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등하는 벨기에의 청년 실업률은 청년의무고용할당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토록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지나치게 큰 법안이다. 본질적으로 자생과 자립이라는 사회적 경제조직의 근본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입법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시장활성화 역행·시장혼란 초래·중층구조의 갈등 초래 등 여러 부작용만 양산할 공산이 크다.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은 대리점 영업기반 무너뜨릴 악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남양유업 방지법)도 기존 사업기반을 무력화시키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은 남양유업 사건을 계기로 사업자간 불평등한 거래관계를 개선하고자 발의되었다.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② 매출액의 3% 과징금 부과 ③ 대리점단체 구성 및 협의권 부여 ④ 집단소송제 도입 ⑤ 사인금지청구권 도입’으로 구성돼 있다.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심각한 폐해가 우려된다. 우선, 급격히 강화되는 규제는 대리점 직영화와 타 유통채널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대리점의 영업기반을 위축시킬 것이다. 오히려 대리점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역설(逆說)을 초래한다는 말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 부과 등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심각한 경영애로를 불러일으킨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으로도 대리점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에 충분하다. 현행법상 공정위의 시정조치, 매출액 3%의 과징금, 형사고발을 통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여·야·정 협의체는 1조원 농어촌상생기금에 합의한 바 있다. 10년간 1조 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한·중 FTA로 인한 피해가 염려되는 농어민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그 기금을 민간기업이 충당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DB

국회가 대리점법과 함께 통과시킨 악법인 모자보건법이다. 정부가 산후조리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원하는 법이다. 민간이 하는 산후조리 비즈니스를 공공산후조리원을 만들어 공무원이 사업하고 세금을 낭비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경제를 경직적으로 만들고 공기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경제기본법과 같이 통과시켜야 한다면

차라리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포기해야

우리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은 조속히 통과되어야 함에도 여전히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원샷법은 여·야가 12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쟁점법안에 포함됐으나 상임위원회 개최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제정되어야 마땅한 법안마저 여의도의 정치적 줄다리기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할 때,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5년)를 부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 내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도록 원샷법의 조속한 통과가 요구된다.

이 원샷법을 통과시키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면, 차라리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경제활성화 시키려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함께 통과시키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지나치게 큰 법안이다. 본질적으로 자생과 자립이라는 사회적 경제조직의 근본 원칙에 어긋난다./사진=미디어펜

앞으로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도 기다리고 있다. 우리 경제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 5개 법안도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태다. 이처럼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활력을 억압하는 법들을 끼워 넣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난 입법활동은 지양해야 할 일이다.

이제는 경제원칙이 살아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할 때라야 시장경제는 본연의 기능을 발휘한다. 시장경제 원칙에 부응하지 않고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좌지우지되는 입법활동으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막판에 ‘주고받기’식으로 흥정해버리는 구태(舊態)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시장경제의 원칙을 살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여·야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