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유예’에도 부산 이전 둘러싼 갈등 지속
본사 이전 불확실성 해소돼야 …HMM 매각 장기전 전망
[미디어펜=이용현 기자]HMM이 본사 부산 이전 문제로 촉발된 총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매각 작업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정부의 이전 압박과 노조의 강경 대응으로 노사 간 교섭이 길어질 것으로 보여 인수 후보들의 셈법이 더 어려워지면서다.

   
▲ HMM이 운영하는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사진=HD현대 제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HMM 육상노조는 지난 9일 열린 임금·단체협상에서 “이전 중단이 공식화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은 노조 측이 회사·정부 측에 제시한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사측이 인수 검토 조건으로 제시한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 방안 내 노조가 우려하는 직원 이동 문제에 대한 사안이 담기면서 협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섭 방식도 바뀐다. 기존 2주 1회 진행하던 교섭은 앞으로 1주 1회로 늘리며 속도를 내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 유예가 ‘갈등 완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1월 중 부산 이전 로드맵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지역균형발전과 북극항로 시대 대비를 근거로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부산 정치권도 대선 공약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HMM 내부는 정반대다. 약 1057명의 육상 인력 가운데 다수가 서울·수도권에 정착해 있어 본사 이전 시 대규모 퇴사나 전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HMM 본사 인근에는 ‘본사 이전 결사 반대’ 문구가 붙었고 직원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집회까지 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산 이전 추진의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력 유출은 단순한 고용 문제를 넘어 해운사로서의 서비스·운영 역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곳은 인수 후보군이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삼일PwC, BCG 등 자문사와 함께 인수 타당성을 정교하게 면밀 검토해왔다. 

동원그룹 역시 최근 김재철 명예회장의 직접 지시로 HMM 인수를 논의 중이며 이에 따라 요구되는 외부 조달 포함 최대 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동원로엑스(육상),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항만)을 기반으로 ‘해운까지 통합한 종합물류 기업’ 도약을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단순 자금과 역량 문제가 아닌 인수 후에도 ‘부산 이전’이 강제되는 점, 이에 따른 노조의 대규모적인 반발은 인수 의향이 있음에도 쉽사리 딜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HMM ‘새 주인 찾기’의 핵심 변수가 ‘본사 부산 이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전이 강행되면 인력 유출→운영 차질→기업가치 하락→인수 후보 이탈이라는 악순환이 예상되고, 반대로 이전을 철회하면 정부는 공약 포기라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정치와 경영 사이의 충돌’이 매각 장기화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라며 “본사 이전 문제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기업도 인수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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