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 사태에 직면한 유럽연합(EU)이 외부 국경통제를 강화한 데 이어 긴급한 상황에서 허용된 내부 국경통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EU 역내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사실상 사문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솅겐조약은 EU 28개 회원국 중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EU 4개국 간 자유통행을 규정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현행 6개월인 EU 내부 국경 통제 기한을 2년까지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EU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연합뉴스는 전했다.

솅겐조약 규정에 따르면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경우 6개월까지 내부 국경을 통제할 수 있다. EU 각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같은 국제행사가 있을 때 솅겐조약의 예외규정에 따라 국경을 통제해왔다.

난민 위기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이 최근 수개월간 국경을 통제하고 있으며 지난달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도 북부 국경을 통제하는 등 EU 내부 국경 통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통제 허용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날 경우 '예외적 통제의 상시화' 가능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그러나 이처럼 예외적인 국경 통제를 가능케 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솅겐조약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EU 집행위원회 관계자가 전했다.

국경통제 기간 연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예외적인 국경통제 상황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의 의견이 제시되어야 하는 등 사전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20일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는 솅겐조약을 개정해 EU 외부 국경통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 국경에서 EU 시민을 포함, 모든 여행자에 대해 '체계적이고 의무적인' 검문을 시행하는 방식의 솅겐조약 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에는 외부 국경통제 방안과 아울러 예외적인 경우의 내부 국경통제를 융통성 있게 시행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회원국들이 솅겐조약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솅곈조약을 폐기하는 논의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또한 네덜란드 등 5개국은 자유통행 지역을 축소한 '미니 솅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구상은 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를 한데 묶은 뒤 국경 검문소를 두고 다른 EU 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여권 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솅겐조약을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솅겐조약 가입국 간 자유이동 원칙을 고수할 것임을 거듭 밝힘에 따라 유럽의 국경 통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역내 자유통행은 EU 통합의 근간 중 하나라고 밝히고 솅겐조약이 실패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공동 통화인 유로화가 통용될 기반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융커 위원장은 유로화는 EU 시민이 역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EU 내무장관 회의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해 항공승객정보 공유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테러 용의자 추적을 위해서는 '항공여객기록'(PNR) 공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프랑스 등 EU 국가들은 유럽의회에 PNR 공유 관련법을 올해 말까지 승인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테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월에 열린 긴급 EU 정상회의는 역내 국경통제 강화, 항공여객 정보 공유, 인터넷 콘텐츠 통제 강화 등의 테러 대응 방안에 합의했다.

EU 정상들은 테러 용의자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PNR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1년 항공승객의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2013년 4월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는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아직 이 법안은 유럽의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