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 잘모르는 분야에 돈만 투자하고 수익 못낼 수도
요즘 ICT산업에서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국내 관련업계에 위기론이 일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MS, 페이스북, 트위터, 오라클, IBM 등 기라성 같은 미국 기업들이 이제 콘텐츠와 플랫폼, 디바이스, 서비스 등을 갖춘 항공모함형 전력으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이런 기세에 국내 기업으로서 유일하게 삼성이 제조업 경쟁력 한 가지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밖의 국내 기업들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 통신3사는 로컬에서만 큰 소리 치는 ‘안방 강자’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전해보려는 카카오를 가로 막는 ‘훼방꾼’ 노릇이나 할 태세다.

정말 걱정스런 것은 이들의 부추김을 받은 정부가 규제를 들고 나와 오랜만에 나타난 벤처 새싹을 잘라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자고로 독과점 기업들은 반드시 망하게 돼 있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지금처럼 형편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도 정부가 과보호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사들은 통신 분야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왔다고 판단하고 IPTV, 콘텐츠, 헬스케어, 온라인 금융, 렌터카, 교육 등, 자기들이 잘 모르는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는 본래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약화시키고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돈만 투자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각화 전략은 본래 하던 것을 더욱 잘하고 있는 가운데 그걸 기반으로 인근 영역이나 관련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삼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그렇지 않고 본래 자기 것이 시원찮으면 본래 업종을 버리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신규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두산과 IBM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통신3사의 경우, 과연 통신 분야에서 성장에 한계가 왔는지 의문이 간다. 앞서 든바와 같이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기세를 높인다고 하여 어설프게 국내 기업들이 그들의 모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미국 기업들은 한국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조건에 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국내 시장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지만 중간노동층이 무너져버렸고 제조 관련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애플이 좋은 사례인데, 애플의 아이 시리즈 제품을 미국내에서는 거의 생산할 수 없다. 그들은 그걸 생산할 엔지니어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막대한 고용 및 복지 비용 때문에 감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 경쟁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ICT 기업들이 따라 하려는 미국 모델은 고용 창출도 그리 크지 못하고 수익도 몇몇 기업의 소수의 개발자와 투자자에게만 돌아가는 일종의 ‘불임 경제(nonproducing economy)’라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인터넷에서는 거의 무료다. 그래 가지고는 수익을 내기가 정말 어렵다. 요약하면 이런 무료 서비스가 태반을 차지 하는 ICT 산업에서는 구글, 네이버, 아마존이 많은 수익을 올렸지만 그것까지 아닐까 하는 얘기다. 엊그제 파란이 간판을 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페이스북에 대한 우울한 전망도 그런 불길한 예감을 근거로 한 거다. 하여튼 기존의 미국식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한국의 ICT 산업은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창’ 전략으로 미국 글로벌 기업들에 맞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창’ 전략으로 자신의 본질적 능력에서 확실하게 세계를 잡은 뒤에 관련 영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