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다는 사회적 통론이다. 이 말처럼 국내 경제인구의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과 관련이 있다. 중소기업이 건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건강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이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중소기업은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1% 외환위기 이후 15년 7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청년 일자리는 없고 중소기업은 인력이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구직난 속 구인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2015년 겨울,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과 기대의 경계선을 뒤쫒아본다. <편집자주>

[긴급진단 - 중소기업 인력난⑦]찬바람 부는 중소기업, 냉랭한 주변 상권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문 닫은 식당, 텅 빈 거리, 이곳저곳에 붙은 구인 현수막, 낡은 전단지만 바람에 날릴 뿐 유심히 보고 가는 사람들은 없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남동공단은 그야말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답답한 공기에 물이라도 사려고 들어간 곳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는 식당이었다.

텅 빈 식당 주방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수다를 떨고 있었고 백발이 성성한 남자 주인은 파리채를 들고 멍하니 티비만 보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손님도 파리도 없어 식당주인의 손은 그저 민망해보였다.

60대 중반을 넘어선 식당주인 김 모씨는 “여기요? 생긴 지 한 7년 되나. 지금이 최악이에요.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밥 먹고 사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남동공단의 한 구내 식당. 간간이 밥을 먹으러 오는 직원들을 위해 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사진=미디어펜

이어 김씨는 “남동공단 전체가 최악의 경기다”며 “여기도 손을 떼고 싶어도 간간이 밥을 먹으러 오는 직원들 때문에 차마 손 뗄 수도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말까지 일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는데 올해는 평일에도 사람이 뚝 끊겼다. 하루에 100명은 다녀갔다면 지금은 40여명정도”라고 털어놨다.

걸음을 더 옮기자 문 닫은 식당이 나왔다. 아직 짐정리가 끝나지 않은 것을 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업을 이어가던 식당인 듯 보였다.

   
▲남동공단의 문 닫은 식당 모습.  /사진=미디어펜

담배를 피며 휴식 중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공장 관리자 50대 박 모씨를 만났다. 회사외벽에는 ‘다시 시작’, ‘할 수 있다’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박씨는 “회사가 최악인데 문을 닫을 수는 없고.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공단 중소기업은 손익은 경력직 구하기도 어려워 있는 사람들 어떻게든 같이 가려고 한다. 언제 또 일이 다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좋았을 때는 연말이면 송년회다 모다 직원들끼리 저녁회식도 많았는데 지금은 꿈도 못꾼다”며 “1년 농사 마무리하는 심정이 착잡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회사로 되돌아갔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조사한 ‘2015년 2분기 전국산업단지 현황통계’에 따르면 생산과 수출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산업단지의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494조7605억원,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2034억3538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반월특수지역, 한국수출산업단지 등 국가산업단지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수도권 전체 수출액이 6.3% 감소했다.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인천 남동구에는 7249개사의 등록공장이 밀집됐다.

철강 가공업체 이 모 사장은 “대기업도 어려워서 살림살이 다 줄이고 있는데 중소기업이라고 별 수 있나요”라며 “당장 경영 어려우니 단가 낮춰달라거나 물량 줄이기 나서면 우리는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어요”라고 호소했다.

남동공단경영자협의회는 경기 침체로 인한 문제점도 크지만 낙후된 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 문제도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남동공단경영자협의회는 “가동업체만 7000여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남동공단이 주차할 곳조차도 마땅치 않아 근로자들이 아침마다 불법 주차를 해야 한다”며 “부평 산업단지는 처음 설립된 49년 전과 달라진 게 없고 이제는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하며 첨단 IT밸리로 거듭나는 동안 인천지역의 국가산업단지는 지지부진한 정부의 지원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