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로 엎질러진 물 담을 수 없어…근본적인 노동개혁 필요해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청년고용의무제는 저성장 초래

1. 정년의무화가 청년실업을 가중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개정됨에 따라 이전까지 권고조항이었던 60세 이상 정년이 강제조항이 되었다. 법개정 전에는 정년이 없어도 적법하였고, 기업이 60세 이상 정년제도를 갖추도록 권고하였다. 그러나 법개정으로 기업은 60세 이상 정년제도를 시행하여야 하며 이 제도가 없으면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이 법개정으로 50세 중후반 피용자의 고용이 60세 이상으로 연장되면서 기업은 청년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로 이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있을까? 60세 정년강제화로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에게 임금을 그의 생산성보다 더 낮게 주어야 인건비가 절감되어 청년을 채용할 수 있다. 기업은 근로자의 태만(shirking)을 억제하고 근로유인(work incentive)를 제공하기 위해 연공급을 활용할 수 있다(Lazear 1979). 근로자를 고용하여 근로생애의 전반부에 임금을 생산성보다 낮게 주면, 태만하다가 발각되어 해고되는 경우 근로자가 받아야 할 임금을 못 받고 기업을 떠나게 되므로 태만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것이다. 전반부에 못 받은 임금은 후반부에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음으로써 회수된다. 근로생애의 전반부에 못 받은 임금과 후반부에 생산성을 초과하여 받는 임금은 현재가치로 일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 노동시장에서 이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40세경에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고 그 후 연공급에 의해 임금이 생산성을 훨씬 상회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년 직전의 매우 높아진 임금을 임금피크제로 아무리 깎아도 생산성 밑으로 줄 수 없다(그림 1).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인건비가 절감되어 13만명의 청년을 새롭게 채용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임금피크제로 인건비를 절감하여 청년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 [그림 1] 정년과 임금피크제


2. 청년대량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노동수요감소

노동수요(labor demand)는 생산물시장(output market)에서 파생되는 파생수요(derived demand)이다. 기업이 직면하는 시장에서 생산물에 대한 수요에 따라 노동을 수요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기업을 욱죄는 각종 규제들, 최근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나 청년희망펀드 같은 준조세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수요가 급감하는 것이고 특히 청년신규채용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014년도에 기업이 부담한 준조세(사회보험료 포함)는 44조6708억원으로 법인세 납부액 42조6503억원보다 많았다(한국경제신문 2015. 12. 3).

3. 청년의무고용은 비효율과 저성장 초래

청년에 대한 수요가 격감하여 청년고용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개정하여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이면서 30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게도 상시근로자의 5% 이상씩 매년 청년 미취업자 고용을 강제적으로 확대하면, 기업은 원하지 않는 고용을 늘려야한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5% 이상씩 늘리면 2015년 상시근로자의 총 34%(=(1.056-1)×100) 이상이 청년 미취업자 고용이 된다. 2015년에 300명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였던 기업은 2021년 102명의 청년 미취업자를 신규로 고용하여 402명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원배분의 심대한 비효율을 초래한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에 임금률과 이자율이 각각 경쟁시장의 수준으로부터 괴리하게 되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Kim and Park 2015).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왼쪽부터 문병호, 장하나, 이인영, 은수미 의원)은 11월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3개 법안에 대한 심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이 개정안의 유효기간인 2021년 12월 31일이 지나면 이렇게 고용된 청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업은 억지로 고용한 인력이므로 줄이려고 할 것이고 청년들과 이들의 가족들은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유효기간 연장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정치인인 국회의원은 유효기간을 연장할 것이다. 10년 간 이 법이 시행되면 2015년 상시근로자의 총 63% 이상이 청년 미취업자 고용이 된다. 2015년 300명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였던 기업은 189명의 청년 미취업자를 신규로 고용하여 489명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300명 안팎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상시근로자의 고용을 300명 미만으로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이 이 법개정에 의해 매년 상시근로자의 5% 이상의 청년 미취업자를 신규로 고용하는 것이 각 기관 및 기업의 인건비의 증액 없이 이루어진다면 기존 인력의 인건비를 절감해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것이므로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인건비의 증액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세금이나 공공요금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것이므로 심각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한 것이다. 주인(principal)인 국민은 기존 인력의 인건비를 절감하여 남은 돈으로 청년 고용을 늘릴 것을 요구하지만 대리인(agent)인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이나 공공요금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것이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이다.

4. 청년의무고용은 불공정 야기

청년의무고용은 강제적이기 때문에 기업은 많은 비용을 들여 철저히 검증하면서 청년신규채용을 늘리지 않고 2015년 상시근로자의 34% 이상을 거의 마구잡이로 늘릴 것이다. 청년의무고용에 의해서 운 좋게 취업한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사이의 소득 및 생활의 큰 격차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거의 같은 조건의 두 청년이 운에 따라 취업을 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갈리는 것은 불공정하다(unfair).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민노총은 ‘재벌천국 노동지옥 빈곤철폐’를 화두로 삼으며 정의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떠들지만, 뒤로는 자식에게 일자리를 세습하고 청년일자리에 대한 양보는 않는 귀족노조의 추태를 부린다. 사진은 지난 4월 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타협을 거부하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이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다./사진=연합뉴스
< 참고문헌 >

Kim, Yong Min, and Park, Ki Seong. “Labor Share and Economic Growth in Advanced Countries.” August 2015.
Lazear, Edward P. “Why Is There Mandatory Retirement?.”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87 (6) (December 1979): 1261-1284.

 

(위 글은 자유경제원 '현안해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