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최근 종편채널에 자주 출연 중인 한 선배에게 재미있는 얘길 들었다. 네 개나 되는 종편채널들이 왜 이렇게까지 잦은 빈도로 도도맘 이슈를 다루는지에 대한 거였다. 정말이지 ‘종합’ 편성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요즘의 종편 채널들은 도도맘과 가수 장윤정의 엄마를 빼놓고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어 보인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유는 허탈할 정도로 간단했다.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 도도맘과 장윤정 모친 얘기만 나오면 시청률이 급상승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다른 화제를 꺼내들 ‘용기’를 낼 채널은 없다는 얘기였다. 반면 국제문제 이슈에 대한 시청률은 처참할 정도로 낮은 것이 현재 종편채널 시청자들의 분명한 선호체계라는 말도 들었다.

도도맘 이슈의 골격은 기혼남녀인 변호사 강용석과 도도맘의 관계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느냐 없느냐[不倫]의 논란이다. 두 사람이 해외여행을 같이 다녀왔는지, 도도맘의 이혼 문제에 강용석 변호사가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몇몇 발언이 번복되거나 두 사람의 문자메시지 대화가 공개되면서 뜨거운 화제를 만들었지만 도도맘은 불륜 사실을 전면부정하며 보란 듯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다. 남의 집 남편(강용석)에 대해 ‘홍콩에서 만났지만 내 스타일 아니고 그냥 남자사람친구’라는 쿨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기 불편한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도도맘 말대로 강용석이 그저 ‘남자사람친구’이든 아니든 이들의 특별한 우정이 언론에서 이토록 자주 다뤄질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지난 8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 기혼남녀의 23%가 배우자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 50대의 경우는 30% 넘는 응답자들이 외도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실이 이러하고 TV만 틀면 나오는 얘기가 불륜인데 그들의 만남이 사실이건 아니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일인가.

이 스캔들에 마치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겨있는 것 마냥 논의가 과열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더 최악인 것은 도도맘이 월간중앙 11월호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한껏 꾸민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한 시점부터 그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빠르게 커졌다는 점이다. 예쁜 여자의 혼외 연애논란에 대해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한국인들은 지금 불륜조차 일종의 ‘판타지’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면 지나친 처사일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예쁜 여자 공화국이 돼버렸다.

   
▲ 월간중앙 11월호와 인터뷰 하며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파워블로거 도도맘 /사진=월간중앙

월간중앙 인터뷰로 시작된 도도맘의 외부활동은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수로 데뷔한다는 말도 들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전 이사의 남편인 신동욱 총재와 함께 공화당에서 정치활동을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서는 “비겁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하려는 말이 뭔지는 알겠지만 누가 누구에게 일침을 놓을 계제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뭐가 됐든 자신의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도도맘은 앞으로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famous for being famous) 미국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사람들이 다 이름을 아는,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가 됐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 정보과잉 시대의 장점인 걸까. “일단 유명해지고 나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 준다”고 말한 것은 앤디 워홀이었지만 도도맘의 어떤 부분을 보고 박수를 쳐야 할지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방송해준다고 하는 심플한 ‘시장주의’로 일관하기엔 도도맘과 강용석의 불륜 논란 말고도 종편이 마땅히 다뤄줘야 할 이슈들은 차고 넘친다. 우리는 종합적 사고를 포기했는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십의 생산과 향유만으로 만족하는 딱 그만큼 대중(大衆)이었던 우리는 우중(愚衆)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