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 실패로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커져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기구(OPCE)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기구(OPCE)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YTN 사이언스 방송화면 캡처

OPEC은 지난 4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원유 감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회원국간 입장차만 확인했다. OPEC은 이날 원유 생산량을 현재 생산량 수준인 하루 3150만 배럴의 쿼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1월 OPEC이 결정한 300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이 증가한 수치다. OPEC은 내년 6월 예정된 차기 총회에서 다시 산유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감산 합의가 불발된 원인은 OPEC 회원국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유가에 허덕이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가격 정상화를 위해 하루 150만 배럴로 감산을 요구했지만 이란이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이 증가할 때까지는 어떤 감산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력히 거부했다.

여기에 최대 원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을 통한 유가 인상보다는 저유가를 통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OPEC 회원국 사이에는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으로 내분마저 일어날 기세다. 금수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기조를 버티면서 회원국들은 OPEC에 탈퇴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OPEC이 원유 감산에 실패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39.97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OPEC의 원유 감산 실패로 인한 유가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세계경제가 입게될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미 석유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브라질·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 러시아의 경우, 수출 감소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와 외채 상환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15%대다. 석유 수출 비중이 90%에 이르는 베네수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159%에 육박했다.

감산에 반대한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리비아 역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1300억원(약151조원)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도 유가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저유가 쇼크에 직면해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내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과잉부담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여건에서 각종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은 생산자물가를 중심으로 한 물가하락 압력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국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조선 철강 등 중화학업종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박 연구원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은 국내 수출 경기, 특히 석유, 조선, 철강, 기계 등 관련업종의 수출 경기 회복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단가의 추가 하락은 물론 중동지역 등 이머징 경기 둔화는 이들 지역의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