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최근 6개월간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하락했지만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8%밖에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기름 값 하락폭은 다른 나라보다 작았다. 특히,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22%나 떨어진 미국과는 차이가 크다.

9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블룸버그 집계자료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4일 기준)은 6개월만에 각각 36.5%와 37.3% 떨어졌다. 이후 8일까지 가격이 더 내려간 것을 포함하면 하락폭은 약 40%로 더 커진다.

그러나 한국의 휘발유 소매가격은 지난 4일 현재 1ℓ당 1천457원으로 6개월 전(6월 12일)의 1577원보다 120원(7.6%) 낮아지는데 머물렀다. 이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최근까지 가격이 집계된 37개국의 6개월간 평균 하락률(-10.5%)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다.

한국보다 기름 값 하락 폭이 작은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하다.

가장 가격이 많이 내려간 나라는 미국으로, 갤런당 2.85달러(6월 15일)에서 2.21달러(12월 7일)로 22.4%(0.64달러·약 750원)나 떨어졌다. 미국 다음으로는 리투아니아(-18.0%)의 하락폭이 컸고 이어 대만(-14.6%), 폴란드(-13.9%), 캐나다(-13.6%), 라트비아(-13.0%), 불가리아(-12.9%), 중국(-12.8%) 등의 순이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의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10%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밖에 벨기에는 5.8%, 싱가포르와 영국은 각각 4.6%와 4.5% 내렸다. 몰타는 기름 값 변동이 없었다.

한국의 기름값의 하락폭이 낮은 것은 세금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휘발유는 세금이 60% 정도인데 유가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정액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1월 4주 기준 한국 휘발유의 세전 가격은 585원이지만 세금 879원이 붙어 세후 가격은 1천464원이 된다. 세금 가운데 부가세(119원)를 뺀 나머지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은 정액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세금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보다 가격이 적게 떨어진 영국은 세전 가격(원화 환산)이 550원으로 한국보다 낮지만 세금은 1천327원이나 돼 가격이 1천877원으로 한국보다 300원 이상 높아진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름에 붙는 세금은 정액제"라면서 "미국의 가격 하락폭이 20%나 되는 것은 세금이 얼마 안 돼서 그렇다. 세금 비중이 높은 유럽은 이보다 덜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경유 소비자 가격은 지난 6개월간 1368원에서 1226원으로 146원(10.4%) 내려갔다. 휘발유보다 경유의 하락 폭이 컸다.

이는 휘발유보다 경유의 세금이 적기 때문이다. 경유 세전 가격은 589원으로 휘발유 가격과 비슷하지만, 세금이 640원이 붙어 최종 가격은 휘발유보다 200원 이상 싼 1천229원이 된다.

한국과 달리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미국은 경유 가격이 갤런당 2.87 달러에서 2.39 달러로 17.0% 떨어져 휘발유 가격 하락폭보다 작았다.

중국은 경유 가격이 15.4% 내려갔으며 프랑스 -11.1%, 독일 -9.7%, 영국 -5.9% 등의 하락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