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주택시장 공급이 늘면서 건설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색깔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분양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색깔’ 역시 마케팅의 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 지난 4일 개관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중앙' 견본주택에서 자사 고유색인 '와인색'을 내세운 와인 시음회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자료사진=포애드원

지난 6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세 단지는 각 업체의 직원 의상만 봐도 구별이 가능했다. C3블록의 ‘광교 아이파크’는 은회색과 붉은색, C4블록의 ‘광교 더샵’은 푸른색, B3·4블록의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오렌지색과 갈색 등을 직원들 의상과 기념품 등에 적용했다.

이처럼 타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방안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마케팅 시 자사의 브랜드 고유컬러를 활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사전마케팅의 전략에 따라 색을 변형하기도 한다.

현대건설이 이달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중앙’은 현대건설의 고유색인 와인색(버건디색)을 마케팅에 적용했다. 올해까지 안산시에 ‘푸르지오’ 아파트만 총 1만2700여 가구가 공급됐다는 점에 착안, 와인색을 통해 현대건설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실제로 ‘힐스테이트 중앙’ 견본주택에서는 주말을 포함한 3일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와인 시음회를 진행했다. 아울러 선착순으로 와인색 장바구니를 지급해 안산시 전역을 와인색으로 물들인 바 있다.

현대건설 분양 관계자는 “와인색 컬러는 녹색톤 일색이었던 안산시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색”이라며 “가시성이 좋아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이 지난 9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11구역에 공급한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는 사전 마케팅에서 롯데캐슬의 브랜드 BI색인 황금색과 자주색의 혼합색 대신 하늘색과 비슷한 푸른색 계열을 선택했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고유색과 차별화를 위해서다.

한편 컨소시엄 아파트는 하나의 브랜드색을 내세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다른 색을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 9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마케팅에 보라색을 사용했다. 삼성물산의 옥빛에 가까운 녹색과 현대건설의 와인색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중도적인 보라색을 취한 것이다.

분양 홍보마케팅 관계자는 “보통 1~2개월 정도 진행되는 사전 영업 시 고객의 눈에 띄어야 하므로 주된 색을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며 “올해 분양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 지역에서 같은 시기 분양이 겹치는 경우가 늘어 업체들마다 자신들의 특징을 한눈에 내세울 수 있는 색깔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