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둔화 속 저유가 고착화... 한국경제 ‘악재’ 작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저유가 시대가 고착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흥국 경제가 악화되고, 한국 주력 산업의 수출가격 역시 하락해 무역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기구(OPCE)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YTN 사이언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불발로 국제유가는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달 39.97달러로 마감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가하락은 현재진행중이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분 WTI 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32달러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도 장중 30달러대까지 떨어져 2009년 2월 이후 6년10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유가는 한때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호재’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수출 단가가 떨어져도 수출 물량이 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산유국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유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11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저유가가 고착화되면 업종별로 건설업과 조선업, 철강 기계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산업설비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439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234억달러로 급감했다.

저유가의 영향으로 중동 등 주요 해외건설시장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의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조선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추업체들이 발주 및 계약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업계까지 일감이 줄면서 선박발주는 거의 제로상태다.

반면, 수혜를 입는 업종도 있다.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과 해운업계가 대표적이다.

전체 매출액의 약40%를 유류비로 지불하는 항공업계로선 저유가는 그야말로 호재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최대 3200만달러(약378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연료비 비중이 높은 해운업계 역시 저유가로 인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 전체 운영 비용 중 20%에 달하는 유류비는 최근 저유가의 하락으로 15~17%대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도 휘발유, 경유 가격의 하락으로 가솔린차 뿐 아니라 디젤차의 판매량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는 과거 원료비용 절감 차원에서 한국경제에 플러스효과를 가져왔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유가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며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값 하락은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