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세종시와 혁신도시에 공무원과 이전 공기업 종사자들의 청약붐에 힘입어 해당 지역의 분양이 호성적을 거뒀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이들이 지방에 아파트 분양으로 수도권 주택구매력은 줄면서 주택담보대출 강화와 과잉공급의 후유증과 맞물린 수도권 주요 도시의 향후 분양시장이 위축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북도 전주시·나주시, 경상북도 경주시 등 공무원과 공기업 이전 민간아파트들이 지역별 최고 청약경쟁률을 갱신하는 등 분양열기가 뜨거웠다.

   
▲ 포스코건설·계룡건설·금호건설의 '세종 더 하이스트'(왼쪽)와 골드클래스의 '전주 만성지구 골드클래스' 투시도

세종시에서는 지난 9월 ‘세종 더 하이스트’(58.66대 1), ‘힐스테이트 세종 2차’(26.15대 1)와 ‘지난달 ’세종 중흥S-클래스‘(18.06대 1) 등이 공급됐다.

전주시에선 지난 10월에 ‘전주 만성지구 골드클래스’(10.73대 1)가, 지난달에는 ‘전주 에코시티 더샵’(53.17대 1), ‘전주 에코시티 자이’(76.48대 1) 등이 청약 신기록을 갱신했다.

경주시는 지난 9월의 ‘경주 두산위브’(3.69대 1), 10월의 ‘경주 현곡 푸르지오’(6.29대 1), 지난달의 ‘경주 황성 KCC 스위첸’(15.61대 1) 등이 분양을 진행했다.

타 지역과 비교해 중견건설사의 진출이 많았던 나주혁신도시에서도 지난 8월 ‘빛가람 EG the1’이 33.43대 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1순위 청약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이들 도시는 이전 예정인 부처와 출연기관, 공기업이 마무리단계로 도시 개발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세종시는 내년 국토연구원을 마지막으로 36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이전이 마무리된다. 경주는 내년 한수원이 보금자리를 뜨는 데 이어 전주는 내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추가 이전예정이다. 

한 분양 전문가는 “혁신도시에 위치한 공기업 종사자들이 도시 완성 때 부동산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재테크수단으로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투자대상은 소형이 아닌 전용 84㎡ 이상의 중대형에 집중되는 게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 주택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공기업 인근 지방에 집을 사면서 ‘총량 불변의 법칙’에 따라 수도권 주택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종과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주택 구매력이 있는 공기업 등 고소득층이 이전 도시에서 집을 사면서 수도권의 주택구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른바 '풍선효과'와 불황기에 부동산시장에 적용되는 ‘총량 불변의 법칙’이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위치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140만원으로 지난해 1202만원보다 6% 가량 하락했다.  매매가 상승률도 세종과 혁신도시에 비해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국의 주택 수요 상황을 살펴보면 세종·나주 등 공기업이 위치한 지방의 주택 구매량이 늘면서 수도권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올 들어 투자수요·가수요 비중이 적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며 “공기업 종사자들의 지방 주택 구매는 수도권의 수요 감소에 확실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기업 이전기관 종사자들이 각 지방에 집을 산 것은 수도권의 집값이 하락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수요자들은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보장돼야 주택을 구매하는데, 공무원이라면 이 두 가지가 충족되므로 지방의 신규 단지 청약률이 급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종시는 올해 입주물량이 2만 가구에 육박, 최대 물량인데다 향후 3년간 평균 1만 가구가 입주예정이어서 수요대비 공급이 넘치는 시장으로 전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