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와 청약률 '반비례' 고려해야

강남권 재건축 분양성적은 수도권 분양시장의 향배를 좌우하는 가늠대다. 

그러나 강남구 반포동 센트럴푸르지오와 래미안아이파크가 잇따라 3.3㎡ 당 4,000만원을 훌쩍 넘어가면서 청약률이 급전 직하인데다 미분양이 속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분양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이 냉각상태로 전환 중이다. 최고가 분양 예정인 신반포자이는 고민 끝에 내년 분양으로 넘어갔다.

내년 강남권 재건축의 일반분양분은 개포3단지와 강동둔촌 등을 포함해 모두 1만 가구가 넘을 전망이다. 역대 최대 물량이다. 고분양가논란이 증폭될 경우 강남발 수도권 분양시장은 위축될 공산이 높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분양시장 호전에 힘입어 고분양가 행진을 거듭하더이 3.3㎡당 4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고가 분양은 그러나 시장 경색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급부상 중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남재건축 최고가를 예고한 신반포자이가 시공사와 조합 간 사업성과 분양성을 둘러싼 조율에 실패하면서 내년 분양으로 넘어갔다.

조합측은 반포한양의 입지가 반포 래미안아이파크보다 양호한 점을 강조, 시공사에게 최고가 분양을 종용 중이나 시공사는 고가 재건축 분양시장의 경색과 미분양 사태를 들어 고가 분양에 난색을 표명 중이다.

   
▲ 강남과 서초 등 강남권 재건축단지가 3.3㎡당 4000만원 시대로 넘어가면서 청약시장이 경색중이다. 최고가 분양이 예정된 신반포자이는 시공사와 조합이 분양성과 사업성을 놓고 공방을 거듭, 내년 분양으로 넘어갔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4250만원대 예상 분양가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조합과 분양일정을 조율, 내년 1월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다”며 분양연기를 공식화했다.

반포 푸르지오서밋과 래미안아이파크 등 앞서 분양한 단지들보다 분양가를 더 높이 책정하려는 조합의 설득작업이 남아있는 셈이다. 

지난 10월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평균 4040만원의 분양가로 4000만원을 돌파했지만 청약률은 평균 21대 1로 1순위 마감됐다.

11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평당 200만원 비싼 4240만원에 분양을 마쳤다. 1순위 청약에서 12대 1의 경쟁률로 전타입 1순위 마감됐지만 청약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들 단지는 일부 주택형의 경우 미분양 상태다. 평당 4000만원 시대를 연 강남재건축 조합과 건설사의 사업성 극대화의 과욕이 탈이 생긴 것이다. 금도끼로 자기 발목을 친 결과다.

신반포자이가 예상대로 4300만원대의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앞서 분양한 단지들에 비해 입지가 앞선다 해도 청약률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서초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지가 좋아도 가격적인 측면이 분양 성적 제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성적이 우수하다 보니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좀 더 높은 일반분양가를 원하고 있다. 일반 분양가가 높아지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무리한 일반분양가는 건설사의 유연한 자금흐름에 이상 신호로 이어진다. 계약률이 저조하게 되면 분양대금 충당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분양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완판 행진을 못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인기층은 대부분 일반물량이 계약됐지만 여전히 전체 물량(201가구)의 10% 정도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국내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강남의 분양가가 치솟는 가운데서도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게 된다면 내년도 분양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포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입지를 고려해도 반포 지역 분양가의 체감온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고분양가에도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부동산 시장에 고분양가 책정이 퍼져나가며 악성 분양 현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남권 재건축분양단지 가운데 최고가 분양예정인 신반포자이/GS건설

이어 “당장의 이익을 고려해 고분양가로 책정했다가 미분양 사태를 빚을 수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이 조합원들에게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고분양가 책정을 인정하면서도 강남 반포에서 한정된 특징으로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강남의 집값이 전국 주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포 입성 수요자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시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분양시장이 다소 침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오름세가 멈출 때가 올 것”이라면서도 “시장과는 별개로 한강 인근 재건축 단지들은 입지의 장점을 고려해 더욱 높은 가격대에 분양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강남 재건축사업은 올해 반포에서 내년에는 무게 중심이 개포로 옮겨질 전망이다. 최고의 입지에 유명 브랜드가 연중 화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개포 3 등 개포지구에서 선보일 아파트는 현대건설의 신규 브랜드로 론칭한 '더힐' 등 6000여 가구를 비롯해 모두 1만 1000가구가 넘는다.

올해 하루가 다르게 높은 분양가 행진 중인 서초구에서는 e편한세상과 더힐이 신반포5차와 서초삼호가든3차의 재건축사업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역대 최대규모  재건축사업인 둔춘주공 재건축이 분양에 나선다.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사업인 '송파 헬리오시티'보다 1500가구 많은 1만1000가구 가운데 일반분양물량은 4000가구가 웃돈다. 헬리오시티 1558가구의 2배 반에 달한다.

한문도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재건축사업은 헬리오시티 등에서 보듯 소형위주의 공급량이 30% 이상 급증, 수요대비 공급량이 넘쳐날 판세다"며 " 경제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강남 재건축의 주수요층인 고소득자도 은퇴하면서 집의 규모와 보유 가구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상황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개발년대를 풍미했던 '강남 부동산 불패시대'는 과거형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