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구조물 관리시설 철거 이전에 전향적 평가…“한중관계 고심한 듯”
“입장차 컸던 서해 해양경계획정 문제 협의 재개, 지난한 협의될 것”
“중국 공동관리수역 침범은 정도 떠나 권리침해...냉정하게 다뤄야”
李, 북핵 문제에서 정책 영속성 언급...“조약이든 문서든 필요” 제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3박4일 국빈 방중을 모두 마친 이재명 대통령은 귀국 당일인 지난 7일 상하이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방중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진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교감도 많이 이뤄졌던 것 같고, 대립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아주 원만하게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해묵은 과제라면 중국의 한국문화 금지 조치인 ‘한한령’ 해제, 중국의 서해 구조물 갈등 해결, 북핵 문제 해결 등이 꼽힌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문제 제기가 있을지도 주목됐었다.

이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순방기자단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보면 이 대통령은 ‘한한령’이나 ‘서해구조물’과 같은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한 갈등 문제를 양국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혐오정서'란 요소로 풀어나가는 외교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서해구조물 문제와 관련해 “양식장을 관리하는 시설은 철수하기로 해서 옮기게 될 것 같다”면서 “공동관리수역 중간에 선을 긋는 문제도 실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중 양국간 혐오정서 해결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답변으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근거 없고 불필요한 혐오, 선동에 대해선 경각심을 갖고 엄히 제재해야 한다. 서해 문제도 이상하게 왜곡해서 서해를 (중국에) 상납했다는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꾸 논란이 되니까 그냥 편하게 중간에 선을 그어버리자. 선을 긋고 당신들 마음대로 써라(고 해서), 그 얘기를 실무적으로 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해구조물 시설 중 일부를 철거 이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은 공동관리수역이라고 불리는 잠정조치수역(PMZ)에 그동안 2개의 양식시설과 1개의 관리시설을 세웠다. 이 중 관리시설이 군사적으로 전환될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실정이다. 

양희철 해양법정책연구소 소장은 8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중국 측이 공동관리수역에 있는 관리시설을 철거하겠다고 한 것은 한국과 관계를 많이 고민한 것으로 전향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 소장은 “중간에 선을 긋는 경계획정 문제는 양국간 협의를 재개한다는 것이므로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중 간 서해 공동관리수역의 경계획정 문제는 우리 측의 ‘등거리 원칙’ 입장과 중국 측의 ‘형평의 원칙’ 주장으로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번에 차관급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이미 2018년에 차관급 협의로 격상된 바 있으며, 이번에 열리면 3차 협의가 되는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026.1.5./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제공]

양 소장은 “우리가 주장하는 등거리 원칙의 중간선 개념은 국제적 판례를 적용한 것이지만 중국 측이 주장해온 형평의 원칙은 너무 주관적이라는 문제가 있다”면서 “경계를 획정한다는 것은 국경을 정하는 것이므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양 소장은 “중국의 공동관리수역 불법 구조물 설치 문제는 경계선을 넘어온 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계를 넘었다는 것 자체가 권리 침해 문제라서 이 또한 냉정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양에서 잠정조치수역을 정한 것 자체가 어업과 관련된 것이고, 이 지역을 침범해서 어업 문제로 싸우지 말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약속한 경계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중 간 이 논의를 이어왔고 일부 기술적인 문제나 기준이 되는 지도 선택 등 논의에 진전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지난한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의 영속성’ 및 ‘북핵 해결 협력’ 문제에 대해선 중국이 판단하는 입장을 최대한 수용하면서도 북핵 개발은 일단 중단시켜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인내심’을 강조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수용하면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지속될 경우 국외 반출 우려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북한, 심지어 일본까지 주변국이 모두 사실상 일당 체제인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그에 따른 대외정책의 불안정함 때문에 정책 결정이나 국가간 관계를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관한 문제라면 지금이 기회다라고 전했다”면서 “그걸 제도화하면 된다. 쉽게 뒤집지 못하게 조약을 맺든지 문서상 번복할 수 없는 합의를 해 놓는다든지 그러면 마음대로 못 뒤집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과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이 일본과도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특별히 한국에 양보할 사안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 결과 북핵 문제에서도 특별히 합의를 이룬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방향이 시 주석의 한반도 정책과 일치하는 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동북아 지역의 냉전화는 안되고, 한반도 안정과 균형이 무너지는 것도 안 된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 주석의 입장이 서로 일치한 셈”이라며 “한반도 안정을 꾀하고 남북이 대화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확인한 이 대통령이 중국에 평화 중재자 역할을 요구했고, 중국이 흔쾌히 받아들이는 정도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는 경제 분야에서 나왔다”면서 “중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한 대표 인사가 중국의 과기부 장관이다. 양국 간 자연산 수산물 전 품목 수출 및 벤처·스타트업 협력 등 1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한중 기업들도 32건의 MOU 체결에 금융 네트워크 강화 방안도 모색하기로 하는 등 성과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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