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새로운 대통령이 '코스피 5000' 목표를 내걸었을 때 반신반의하던 시선이 많았다. 이것은 증권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스피가 저평가 돼있다는 말이 아무리 진실이라 해도 그 저평가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게 곧 '제값'인 것 아니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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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가 되고 아직 10거래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코스피 지수는 이미 10% 정도의 상승세를 이뤄냈다. 지난 열흘간 있었던 상승세가 한번만 더 지속된다면 그대로 코스피는 5000이라는 전대미문의 영역을 넘어서게 된다./사진=김상문 기자 |
작년 5월부터 약 8개월간 코스피는 바로 그 우려를 딛고 전 세계 증시 어느 곳보다도 가파르게 질주했다. 주가는 때때로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세간의 주식격언 그대로였다. 그리고 2026년으로 숫자가 바뀐 지금, 코스피 5000은 마침내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됐다. 새해가 되고 아직 10거래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코스피 지수는 이미 10% 정도의 상승세를 이뤄냈다. 지난 열흘간 있었던 상승세가 한번만 더 지속된다면 그대로 코스피는 5000이라는 전대미문의 영역을 넘어서게 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의 분위기는 이미 작년 초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이 변화는 일단 돈의 흐름에서 즉각적으로 감지된다. 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고, 반대로 증권사 계좌에서 대기 중인 투자자예탁금은 빠르게 불고 있다. 명백한 '머니 무브'의 신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45조6276억원으로 작년 말(674조84억원)보다 4.21%나 감소했다. 결국 시장의 돈이 투자자금으로 빠르게 변환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5년 초에 내걸었던 일선 증권사들의 코스피 목표치가 '잘해봐야 3000'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현재 여의도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코스피 상단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어디까지 올라갈지 예단할 필요 없이 주가 '상단'을 열어놓고 매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주가가 상단에 다다랐다는 나름대로의 확실한 기준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의미다.
여의도의 자신감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실적이 근거로 존재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인공지능(AI)발 주가 상승이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새해가 되자마자 개최된 'CES 2026' 행사가 오히려 그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켜준 측면이 있다.
가히 '피지컬 AI' 로봇들의 경쟁 무대였던 이번 CES를 통해 AI 열풍이 거품은커녕 이제 막 태동한 것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설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점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들에 대한 안정감을 부여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회사에 대해 "실적 발표와 1월 미국 FOMC 회의에서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등이 단기 차익실현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14%와 75%로 코스피 평균 4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기업의 이익 증가율과 규모는 압도적으로 높고 크다"고 강조했다. 하나증권은 최근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5600으로 올려잡았다.
CES 2026 이후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중심의 장세에서 로봇과 우주항공 분야로 수급이 확산되는 흐름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스페이스X의 상장이라는 대형 재료가 존재하고 있어 우주항공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확실히 달라졌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방산주들에 대한 재평가 시선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료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잠시 조정을 받을 때 이들의 낙폭을 보완할 수 있는 소위 '바벨 전략'의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향 조정이 주도하는 이익 기반 강세 국면"이라고 전제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제한적이며 최소 15개월간 이익 개선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확인되는 대형 성장주와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한 대형 가치주 중심의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고배당·저변동성 스타일은 실적 안정성은 유지되나 주도주 중심 강세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제약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미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한 만큼 언제 조정장이 와도 이상할 것은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예를 들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연방 검찰의 형사 조사 등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 뉴스가 전해진 이후 미국 증시 선물은 하락했고, 10년물 미 국채 금리 또한 상승했다. 한편 이란 등의 국제 정세는 아슬아슬한 국면을 통과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다시 한 번 1500원 방향으로 올라갈 조짐을 보인다.
1월 FOMC의 경우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된다는 점도 시장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넓게보면 시장의 방향이 아직 바뀌었다는 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요일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1월 금리 전망은 '동결'로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라면서도 "경기와 고용의 냉각 추세를 확인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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