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국내 전문건설업계의 현실이 연초부터 무겁게 출발하고 있다. 일감과 인력이 동시에 줄어들며 전문건설업의 축소 흐름이 경기 변동을 넘어 구조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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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전문건설업계가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국면에 접어들면서 연초부터 무겁게 출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4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2003년 9월 이후 올해 1월 14일까지 누적 건설업 폐업 신고는 7만691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전문공사업 폐업은 6만7881건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들어 1월 1일부터 14일까지 접수·공고된 전문건설업 폐업만 138건에 이르며, 연초부터 상당수 업체가 사업 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연초 폐업 흐름은 일회성 현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보면 2025년 1월 1~14일 폐업은 145건, 2024년 동기에는 143건으로 집계됐다. 매년 비슷한 규모의 폐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붕괴라기보다 상시적인 구조 정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건설업 폐업 증가의 배경에는 유동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전문건설업은 공사 완료 이후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에 더해 대금 지연·분할 지급 관행이 일반화돼 있어, 운전자본이 부족할 경우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전이되기 쉽다. 추가 자금 조달이 막히면 단기간에 디폴트나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건설업체의 운영자금은 금융기관 차입과 대표자 개인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회사채 발행이나 시장성 자금 조달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무구조와 신용도, 정보공시 여건상 자본시장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외부 충격이 반복될수록 생존 여력은 빠르게 소진되는 구조다.
폐업 흐름과 함께 고용 시장에서도 위축 신호가 뚜렷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건설업 채용계획인원은 2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했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2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기준 약 74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4900명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폐업 증가와 채용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은 전문건설업계가 단순히 ‘버티는 국면’을 넘어, 미래 확장 자체를 포기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급격한 도산이나 연쇄 부도가 아닌, 조용하지만 반복적인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체력 약화는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부담,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신규 착공이 위축된 상황에서, 전문건설업의 일감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유동성 여력이 부족한 업체부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폐업이 반복되고 채용 계획까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업계 전반이 올해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버틸 수 있는 업체는 최대한 몸집을 줄이고, 그렇지 못한 곳은 조용히 시장을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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