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SMR 선제 투자…차세대 에너지 시장 포석
체코 원전·SMART 참여로 글로벌 트랙레코드 축적
AI 데이터센터·첨단 인프라로 ‘탈주택’ 가속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원전·신재생·플랜트·AI·데이터센터 등 새롭게 파고드는 분야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미디어펜은 병오년 새해를 맞아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SK에코플랜트 등 그동안 사업 다각화 행보가 뚜렷하게 보인 6개 건설사를 선정, 그동안의 체질개선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 대우건설 사옥./사진=대우건설


[건설 新먹거리 지도③] 대우건설, 원전·SMR·AI 인프라에 답 있다

대우건설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느리지만 분명한 방향을 택했다. 주택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그리고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첨단 인프라가 그 핵심이다.

단기 수주 경쟁보다 중장기 시장을 먼저 바라보는 전략이다. 업황이 꺾일 때마다 반복되는 주택 중심의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우건설다운 체질 개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빠른 확장보다는 검증된 기술과 수행 경험을 무기로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최근 건설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SMR 선점’에 공 들인 이유
대우건설의 미래 전략에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소형원전 개발에 착수해 2012년 세계 최초로 SMART100(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100) 모델의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며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우건설은 이 과정에서 한국전력이 주관한 KEPCO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SMR 분야 투자를 시작했고, 이후 포스코그룹 등과 함께 SMART POWER 설립을 주도하며 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맡아왔다. 이를 통해 향후 국내외 SMR 원전 시공 시 해당 모델에 대한 우선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단순 참여를 넘어 사업 구조 설계 단계부터 관여해 왔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SMART100은 전기 출력 100MWe급 경수형 원전으로,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 부담이 낮고 일체형 구조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부지 제약이 적고 단계적 확장이 가능해 전력 수요가 분산된 국가나 신흥국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체코, 인도네시아, 가나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SMR 시장 진출 가능성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향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SMR 수요가 확대될 경우 수혜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 체코 신규 원전 두코바니 전경./사진=대우건설


◆ 대형 원전에서도 ‘검증된 시공사’

SMR와 함께 대형 원전 역시 대우건설의 중요한 축이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관하는 ‘팀코리아’의 시공 주관사로 참여해 체코 원전 사업에 나서며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국형 원자로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1991년 월성 원자력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시작으로 신월성 1·2호기,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등 30여 건 이상의 원자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을 축적해 왔다.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 해체까지 원전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수행 능력을 갖춘 국내 몇 안 되는 건설사로 꼽힌다. 이 같은 트랙레코드는 신규 원전 발주가 재개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 사업을 발판 삼아 유럽은 물론 중동과 아시아 등 해외 원전 시장에서 추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원전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도 병행하며 중장기 수주 파이프라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발성 수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다.

   
▲ 초저온 인천 물류센터./사진=대우건설


◆ AI 데이터센터·초저온 물류센터로 영역 확장

에너지 분야와 함께 첨단 산업 인프라로의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전남 지역에 500M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거점 조성을 추진하며, 대규모 전력 공급과 냉각 효율을 동시에 고려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AI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와 고도의 시공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로, 원전·플랜트 경험을 보유한 대우건설의 강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한 프로젝트가 많은 만큼, 향후 반복 수주 가능성도 기대된다. 에너지와 IT 인프라가 결합된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대우건설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초저온 인천 물류센터 신축 사업을 수주하며,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산업 성장에 따른 고사양 물류 인프라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에너지·IT·물류가 결합된 복합 인프라 사업자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행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건설사

대우건설의 전략은 단기간 성과를 노린 공격적 확장이 아니다. 원전과 SMR, AI 인프라는 진입 장벽이 높고 회수 기간이 긴 분야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장기적인 수주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택 경기 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주택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중심의 인프라 사업자로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당장의 실적보다 다음 건설 시장 사이클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를 차분히 진행 중인 사례”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