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한국 경제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구체적인 영향을 두고는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의 고금리를 쫓아 이동할 것이라는 부정론과 신흥국에서 이탈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긍정론이 공존한다.

일각에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이미 상당 부분 금융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번 FOMC 직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하는 등 국내외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다.

기정사실로 굳어진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이 유출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쫓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도 있다.

이런 전조는 이미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자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1일까지 8거래일째 매도 공세를 펼쳐 우려를 부채질했다.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빼간 돈은 4조원이 넘는다. 환율과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시장은 미국의 금리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미국 금리인상 효과와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이 받을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환율 변동 리스크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자본유출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면 한국은행에 가해지는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가중된다. 그러나 한은은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처지다.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은 120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큰 부담을 줘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제 펀더멘털이 비교적 좋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엔 되레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3684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초반으로 양호한 편이다. 또 올 10월까지 경상수지도 4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기초여건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튼튼한 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 방지 시스템이 예전보다 상당히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얼마 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는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국내 금리가 신용등급이 유사한 다른 나라보다 높은 점은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파고에 한국이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과거 사례에서도 찾는다. 1994∼1995년과 2004∼2006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등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견실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는 당장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취약한 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과 대내 건전성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신흥국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대외수요가 둔화하면서 직간접적 여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외환·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 변동성 완화에 나설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출 상황을 보고 필요하다면 외환·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 유출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유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로 정책을 바꾼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다만 수출이 예전만큼 확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경험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지만 어딘가에 투자해야 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꼽는 곳이 한국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한국 통화정책은 다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제조업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한국은 기준금리를 충분히 낮춰야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