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악단 중국 공연, 내년 5월 당대회 때 시진핑 초청 목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에서 국가적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북한 모란봉악단의 12일 공연이 돌연 취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첫 공연에 중국 최고지도부 서열 5위인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위시한 당정 간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향후 북중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여겨질 만큼 주목받았다.

더구나 전날 공연장인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모란봉악단의 리허설도 있었다. 따라서 공연 취소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며,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인 만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상 가능한 이유로는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생겼거나, 악단 소속 주요인물이나 수명의 탈북 시도, 당초 공연 이후 기대했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이 무산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하필 중국에서 계획된 공연 시점이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일 4주기를 앞둔 거국적인 ‘애도기간’이라는 점이 돌연 공연을 취소한 가장 가능성 높은 이유로 제기됐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김정은의 방중까지 염두에 두고 이번 모란봉악단을 준비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북한 모두 바닥으로 떨어진 양국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다면 북한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따라서 중국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양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침 '김정일 4주기' 애도기간뿐이다. 

   
▲ 중국에서 국가적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북한 모란봉악단의 12일 공연이 돌연 취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기획한 간부는 미처 김정일 4주기를 고려하지 못한 채 일정을 정했지만 뒤늦게 애도기간이 선포될 즈음 다른 간부가 김정은에게 이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통한 대북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대북소식통은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북한으로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김정일의 애도기간을 맞아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술과 가무를 금지시키면서 김정은의 모란봉악단이 중국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공연을 했다면 김정은에게 큰 부담으로 남을 뻔했다, 김정은도 이런 여론은 의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북소식통은 특히 “공연단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에는 기차를 이용했지만 북한으로 복귀할 때에는 다급하게 비행기를 이용한 점도 주목된다”며 “이번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는 김정은이 직접 지시를 내렸고, 따라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직접 악단을 인솔해 공항까지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모란봉악단은 북한 최고사령부 소속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남성 위주의 대합창단인 공훈국가합창단을 ‘최고사령부 나팔부대’로 부른다”며 “모란봉악단도 같은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즉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직속 부서로 이번 중국에서의 공연 취소로 선전비서 등 담당했던 간부들이 대거 숙청되거나 처벌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소식통은 “이번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갑자기 급물살을 타듯 추진됐다면 그동안 중국정부와 행사 조율이 비밀리에 진행됐을 것”이라며 “북한 내 관련 부서 외에는 비밀스럽게 추진되던 공연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간부들이 김정은에게 공연 취소를 건의했을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김정일 4주기 애도기간 때문에 중국 공연이 취소된 것이라면 중국정부 입장에서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어쩔 수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향후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재추진될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당초 모란봉악단은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이날 저녁 7시30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첫 공연을 열 예정이었다. 공연에는 중국 당정 지도부와 북한 측 대표단 및 대사관 간부 등 북중 양국 주요인사 2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중국 최고지도부 서열 5위로 꼽히는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는 물론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내인 펑리위안 여사가 공연을 관람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었다.

하지만 공연 당일인 이날 정오쯤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취소하고 항공편을 이용해 북한으로 복귀했다.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이날 낮 12시10분쯤 숙소인 민쭈호텔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함께 나오는 장면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이들은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베이징 서우두 공항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가대극원에서는 공훈국가합창단 등 남아있는 단원들이 악기와 장비를 철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체 공연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지시해 창설됐으며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무대공연을 자랑하는 단체이다. 한때 김정은과 염문설에 휩쓸렸던 현송월이 단장으로 공연단을 인솔해 베이징을 찾았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자매지인 환구망에서는 모란봉 악단의 기존 보도조차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등 보도통제를 하는 모습이다. 다만 신화통신은 모란봉 악단의 철수에 대해 “업무 측면에서의 ‘소통 연결’때문에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만 밝혔다. 중국의 포털 바이두나 텅쉰에서도 신화통신이 내보낸 짤막한 해명만 게재한 채 모란봉 악단 철수와 관련한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다.

대북소식통은 이번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의 궁극적 목적은 내년 5월 북한 노동당대회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북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이후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도 컸다.

소식통은 “북한은 김정은의 방중보다도 시진핑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김정은의 스타일은 파격적이면서 무모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