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기습 관세인상 선언 배경에 ‘쿠팡 사태’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가 쿠팡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잇달아 쿠팡을 엄호사격 하면서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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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트럼프 인스타그램 갈무리 |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공식 SNS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unfairly target) 삼으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 발언 배경에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깔려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권의 쿠팡 비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게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의회에서 열린 디지털 규제 관련 청문회에서는 공화당 소속 캐롤 밀러 하원의원이 “한국 정부가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쿠팡 사태 관련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미 간 통상 갈등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쿠팡 투자사 2곳이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은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를 규정한 조항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통상 분쟁 때마다 보복관세를 가하는 근거로 이를 활용했다.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서는 USTR이 발의하거나 관련 업계가 청원할 수 있다. 보복 조치가 해당 교역국의 다른 산업 분야에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어, 미국 통상 정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쿠팡 관련 조치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워싱턴DC에서 미국 정치권에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22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JD 밴스 미 부통령 및 미 연방 하원의원들과 만났다. 이례적으로 국무총리가 미국을 단독 방문할 만큼 정부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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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해 12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쿠팡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의 경찰 조사는 사태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셀프 조사’ 발표 경위와 관련해 오는 30일 경찰에 출석한다. 경찰은 쿠팡 사태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3000만건 이상으로 파악했지만, 쿠팡이 이를 3000건으로 축소 발표하자 로저스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쿠팡의 피해보상 범위를 결정지을 핵심 쟁점이다. 유출 피해자가 3000만 명 이상으로 확정된다면, 쿠팡으로선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정부 발표에 앞서 ‘셀프 조사’ 결과를 알린 것도 이같은 배상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로 쌓은 영향력을 이번 사태에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 소규모 기업이든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쿠팡에 대한 정부 대응 기조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우리나라와 미국의 ‘강 대 강’ 대치로 치달을 경우, 대미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만약 쿠팡에 대한 엄정대응 기조에 변화를 준다면,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정관계 로비를 통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면서 “이미 수차례 청문회를 진행했고 국정조사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쿠팡의 태도에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정부와 국회 입장에서도 뒤로 물러서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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